"사업 강행 땐 단식투쟁도 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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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쌍용대치2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만난 강남구 모노레일 건설반대 대책위원회 안형태(68)위원장은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한 듯 강남구청이 추진중인 모노레일 설치 사업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반박 문건을 수북이 쌓아놓고 있었다.

그는 2시간여동안 진행된 인터뷰내내 차분하면서도 강력한 어조로 모노레일 설치사업의 부당성을 밝혔다.

"강남구 모노레일 사업은 친환경적인 사업도 아닌데다 사업성은 물론 교통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허구"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또 "아파트 주민의 안락한 생활 여건을 파괴하는 사업인만큼 모노레일 건설이 강행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강남구 모노레일 설치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A: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노레일이 친환경 사업이 아니라는 거다. 현재 차로 중앙에 있는 녹지대를 헐고 지름 1.5m, 높이 10m 짜리 콘크리트 기둥 200여개가 들어선다고 상상해 봐라. 도시 미관이 망가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요즘 청계천 고가도로를 철거해 옛 모습을 복원하고, 국방부에서조차 도시 미관을 위해 서울시 외곽의 대전차 장벽(전쟁시 상대방 이동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콘크리트 인공구조물)을 허물고 있는 마당에 이게 말이나 되는가. 더구나 서울시는 모든 구름다리와 고가도로를 연차적으로 없애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강남구가 앞장서서 도시 경관을 해치고 소음과 분진 등 생활 불편을 초래하는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한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없다.

Q: 모노레일이 설치되면 강남 지역의 만성적 교통난 해소에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A: 그렇지 않다. 아무런 효과가 없다. 강남구청에서는 하루에 택시와 승용차 약 2만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강남 지역 교통난의 주요 원인은 분당을 포함한 외부에서 유입되는 출퇴근 차량이다. 이들이 통행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단거리 대중교통 수단은 무엇보다도 접근성과 환승이 용이해야 한다. 그런데 외부인들이 모노레일을 이용하겠는가. 게다가 강남구청과 모노레일 사업자의 주장대로라면 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모노레일에 정류장마다 17명이 타야 경제성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우리 아파트 앞에서 1주일간 자체조사 결과, 겨우 6명 정도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었다. 더구나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은 공휴일이나 일요일은 포함하지 않았으니 이를 감안한다면 실제는 훨씬 적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강남구청이 제시하는 모노레일 수익성은 최소 3배 이상 부풀려진 허구의 수치일 뿐이라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에서도 모노레일 노선과 차량기지 사용부지에 대한 임대료 및 예상실적 등을 감안할 때 비경제적이라는 용역 결과를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강남구청에서는 모노레일 사업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 83.5%가 찬성했다고 주장하는데.
A: 모노레일 사업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쌍용대치 1·2차 아파트와 우성대치 1차 아파트 주민들에게 찬반을 물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도 그 수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 알아보니, 강남구 통·반장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들과 모노레일 사업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강남지역 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였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그래서 구청에다 사업추진에 앞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찬반을 물어보고 공청회도 개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회신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Q: 일본에도 모노레일이 있지 않은가?
A: 일본의 경우 주로 관광지나 경기장·국제공항 주변에 설치돼 있다. 도시와 주요시설, 유명 관광지를 연결하는 외곽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할 뿐이지 거주지역에 설치한 예는 없다. 현재 도심 속에 있는 것도 도심이 형성되기 이전에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Q:현재 이 사업이 서울시에서 계류중인데.시가 만약 모노레일 설치사업을 승인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A:그동안 모노레일 설치 사업 반대 운동을 펼치면서 1인 시위 등 준법 투쟁만 해왔다.그러나 서울시가 사업을 승인한다면 전체 주민의 의견을 결집해 단식 투쟁은 물론,삼보일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존권 투쟁 차원에서 반대 운동을 펼쳐나가겠다.또 환경단체·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단 서울시가 여의도 등 다른 지역에 모노레일 설치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뒤 성공적이라는 객관적 데이터가 입증될 경우 우리도 받아들이겠다.

이는 주민이기주의에 치우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는 주민의 뜻으로 보면 된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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