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열전…』시청자들 야외로 이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나른한 일요일 아침. 집을 나서 탁트인 공간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게 만드는 TV프로가 있다.
일요일 오전10시 KBS-1TV『열전! 달리는 일요일』은 뭔가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함과 활기를 주는 드문 프로중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용인자연농원의 빈터인 「동막골」에서 매주 70여명의 출연자들이 격렬하고 스릴 넘치는 게임에 몸을 거리낌없이 내던지며 참여하는 모습은 TV앞에 쪼그려 앉아있는 도시인들에게그 자체가 생명력이 충만한 싱싱함으로 다가온다.
KBS가 파행방송의 침체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의 일면을 보여주는『열전…』은 제작자들도「이번 개편에서 제대로 건져낸 프로」로 자평하고 있다.
대형세트 6개와 자연공간을 십분 활용 하고 1백여명의 제작스태프들이 필요한 이 프로는 TV에선 가위 초대형 프로다.
자체 제작비 3억5천만원, 협찬사의 6억원의 파격적인 찬조와 부대비용을 합치면 이프로의연간 총 예산은 약 10억여원, 웬만한 라디오 채널 1년예산과 맞먹는다.. TV에서 게임프로로는 전례없이 긴시간인 70분을 할당하고 있으나 이틀동안 꾜박 현장 촬영하고 10여시간 편집에 열중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방송시간은 야속하리만큼 짧다.
야외에서 예기치 못하게 벌어지는 해프닝과 서스팬스를 다 방송하지 못하는 것이 제작자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종래의 게임프로들이 연예인들이나 유명 인사들을 출연시켜 억지 웃음을 자아내게 하거나유치하고 조잡한 게임을 벌이게했던 것과는 달리 대학생·직장인들을 직접 참여시켜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매우 힘든 스포츠게임을 벌이게 하고있는 것이 이 프로의 가장 새로운 특징이다.
성벽오르기·진흙탕통과 간볼링·미로 빠져나가기·줄사다리 건너기 등은 탁위에서 놀던게임에서 벗어나 게임을 대형화했다.
또 악마들을 피해 갖은 고난을 극복하며 여왕을 구출한다는 스토리로 엮어진 게임들은 매주 조금씩 변화시켜 지루함을 주지않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시청자들을 야외로 몰아내는데 성공하고 있는 이 프로는 매회 70여명이 출연하지만 각종 학교·직장뿐만 아니라 가족·개인들의 출연 신청이 쇄도, 내년 3월까지 출연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참가들은 모두 진흙탕속에 온몸이 파묻히고 몇군데 다치기까지 하면서도 신나는 게임들에몰입,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있다.
『열전…』(17일방송)에 참여한 숭실대학생 신동우군(21·전기공학과1)은 『TV를 보고만 있을수 없는 충동을 느껴 직접 참여하게 됐다』고 참가동기를 밝히고 『진작 이런 공간이 마련됐어야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연예인으로서 나온 공리나양(22·모델)도 『각각의 게임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고 말하고 『꾸밈없이 최선을 다하는 참가자들의 실제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것이 이 프로의 장점』이라고 웃었다.
제작 현장에서 새벽부터 1백70여명의 대부대를 이끌고 있는 메인 PD임기준씨는 『처음에는 과연 될까」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했으나 예상외로 출연자들이 적극 호응해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말하고『최대한 안전사고를 막고 매번 다양한 경기로 변화를 주면서 순간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 =채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