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구멍이었다(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병원 입원실은 강력범들의 「탈출구멍」인가.
대전지역 최대폭력조직 두목 김진술의 탈주사건은 최근 일련의 「병원탈주 시리즈」 3호를 기록하며 법정증인살해사건 충격속의 시민들에 놀라움과 공권력에 대한 불신감을 더해주고 있다.
연이은 탈주사건 1호를 장식했던 히로뽕밀조단 「피터판파」의 국내판매책 서성원씨(52)가 3월30일 달아난 곳도 서울대병원이었다.
두번째 탈주사건의 주인공인 검문의경 살해범 양동환(29)은 지난달 27일 서울 신림동 권광택의원에서 괴도루팡처럼 탈출,2주일동안 시내를 헤집고 다니기도 했다.
게다가 경찰은 이번 김씨의 병원탈출사실을 만 하루가 넘도록 조직상부나 검찰에 보고조차 하지않아 신속한 검문검색조치를 펼쳐볼 기회마저 잃게 했다.
『잡아 둔 범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찰에 더 이상 기대할게 뭐가 있겠어요』 시민들의 불신에 찬 반응들.
이렇듯 시민의 분노는 일단 경찰의 무능과 무책임에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자기반성은 커녕,『경찰에 책임을 떠 미루는 것 만으로는 탈주시리즈의 속편을 막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겉으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제도적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주장.
『별도의 감호시설이 없는 일반 병실에서 경찰관 2명이 하루 24시간을 교대근무로 지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동대문경찰서 한 간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자 감호용 병실을 따로 만들어야만 한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이 강변이 범죄자 탈주사건에 대한 경찰의 책임을 벗어나게 할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