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적중한 대작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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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영화가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았다.
『남부군』(정지영감독) 『장군의 아들』(임권택감독) 『마유미』(신상옥감독).
요즘 상영중인 대작의 승부수가 적중했다.
올초 『수탉』『오세암』『우묵배미의 사람』등의 참패뒤끝이라 영화계는 아연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2일 대한극장에서 개봉된 『남부군』은 상영 11일깨인 12일로 관객동원 8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4회 상영으로 8천명이 볼 수 있는 극장안을 거의 매일 채운 셈이다.
또 지난9일 개봉된 『장군의 아들』도 『남부군』에 뒤질세라 5일째 매진 행진을 계속중이다.
『장군의 아들』은 이틀뒤의 표까지 동나는 이변을 보이고 있는데 『남부군』보다 오락성이 앞서 연초30여만명을 동원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기록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남부군』『장군의 아들』에 비해서는 열세를 면치못하고 있지만 『마유미』도 그런대로관객을 모으고있다. 이 세영화에다 23일에는 김호선감독의 『미친사랑의 노래』가 가세, 방화계의 분위기가 더욱 활기를 띨 것 같다.
김감독은 『영자의 전성시대』『겨울여자』『서울 무지개』등의 성공으로 흥행에 관한한첫손에 꼽힌다. 『미친사랑의 노래』의 흥행여부는 두고봐야겠지만 『남부군』등의 성공은한국영화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작시대의 선구적 역할을 훌륭히 맡고있다.
10억원 가까이 또는 그이상의 제작비를 투입, 과감히 세트를 짓고 정교하게 특수촬영했으며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 작품의 외형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종래 1억∼2억원정도를 들여 1편씩 만든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자세전환이다.
둘째로는 힘찬 소재를 영상화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70년대이래 호스티스물이나 최인호식의 감각적인 연애물이 주종을 이뤄 흥행을 주도해왔다.
『장군의 아들』등은 일제하 어깨들이나 빨치산등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영화에서 실종되다시피한 남성위주의 힘이 넘치는 영화를 되살리고 있다.
또 『남부군』『장군의 아들』『마유미』는 공교롭게도 모두 실화에 바탕둔 영화들이다.
실화의 영상화가 얼마나 성공했나하는 평가는 별도의 문제지만 이 영화들은 사실로 존재했던 소재들이 갖는 강한 리얼리티때문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여러가지 모순이 혼재된 채 잡다한 인간사가 널려있는 우리나라는 영화적 소재가 무궁무진하다할 정도로 많은 만큼 앞으로는 역사·정치·사회적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들이『남부군』등의 성공에 고무받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마유미』가 이미 해외판권 판매로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건진 것이 웅변하듯 『남부군』등은 우리 영화의 가장 낙후된 부분중의 하나인 해외시장 개척에도 밝은 시사를 주고 있다.
『장군의 아들』을 본 청소년들이 홍콩의 액션영화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역으로 이 영화가 홍콩·구미등지에서 얼마든지 흥행에 성공할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원로 신상옥, 중진 임권택, 신예의 리더 정지영 일세대를 달리하는 세감독이 마치 한판 벌인듯한 요즘 극장가의 활기가 오래 지속되길 영화계는 바라고 있다.
한편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임권택감독이 정작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는데 『장군의 아들』이 롱런 기미를 보이자 과묵한 그도 상기된 표정을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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