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돈 지폐 43종ㆍ주화 17종(경제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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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되돌아본 「한국은행권」 40년/두차례 통화개혁 거쳐 24종「퇴역」/1만원권 점유비가 82%나 차지
한은은 12일 창립40주년을 맞아 본관2층에 화폐전시실을 열었다.
지난 40년동안의 한국은행권의 변천을 알아본다.【편집자주】
돌고돌기 때문에 돈이라한다는 말은 단지 우스개만이 아니다.
한때 화폐단위로 썼던 「원」이란 글자는 그 자체로 「둥글다」 또는 「돈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국은행이 설립된후 40년동안 발행돼 우리주위를 돌고 돈 돈은 기념주화를 빼고 모두 60종.은행권(지폐)이 43종,주화가 17종이다.
두차례의 통화개혁을 거치면서 이중 24종은 화폐로서의 생명을 잃었고 현재까지도 법화로서 통용력을 갖고있는 화폐는 지폐 22종,주화 14종등 모두 36종이다.
최초의 한국은행권이 발행된 것은 6ㆍ25전쟁중인 50년 7월22일.
일제때 쓰던 조선은행권은 해방후에도 그대로 쓰였는데 46년 7월1일에는 앞뒷면의 오동꽃과 벗꽃을 무궁화로 바꿔 일본색을 지운 이른바 정백원권을 내기도 했다.
6ㆍ25 전쟁직후 급박한 전황으로 미발행화폐를 제대로 옮기지 못하게 되자 정부는 전시자금수요에 따른 현금부족사태를 막기위해 급히 한국은행권 발행에 나서게 된다.
최초의 한국은행권은 50년 6월29일 한은이 동경지점에 지시,일본정부에 요청하고 일본점령연합군 최고사령부(SCAP)의 도움으로 불과 10여일만에 일본내각 인쇄국에서 제조,7월13일과 14일에 미군용기편으로 1천원권 1백52억원,1백원권 2억3천만원등 1백54억3천만원을 김해공항으로 들여와 7월22일 대구에서 발행했다.
이때 발행된 1천원권은 당시 주일대표부에 걸려있던 이승만대통령의 초상화가,1백원권은 주일대표부에 있던 책중에서 골라낸 광화문이 각각 도안으로 사용됐다.
이후 전세가 다소 호전되고 한국조폐공사가 설립돼 51년 10월1일부터 원판은 일본에서 제작했지만 제조는 조폐공사가 맡게됐다.
전쟁으로 인해 극심한 인플레가 발생하자 정부는 음력설 다음날인 53년 2월15일 일요일을 기해 1백대1의 평가절하를 주내용으로 하는 2차통화조치를 단행한다.
이때 발행된 5종의 한국은행권은 실은 미군정때 최순주 당시 조선은행이사가 미국에 갔을때 인쇄를 의뢰,미재무성 인쇄청에서 제조한 것이었다. 국내 반입후 한미간에 공동봉인해 한은금고에 보관돼오던 이 돈은 수차 사용이 검토되다 6ㆍ25전쟁을 맞았다.
전쟁후 미처 후송을 못하다 북한이 손을 대지 않아 1ㆍ4후퇴때 부산으로 보내 조선방직회사 창고에 보관중 통화 개혁으로 빛을 본것. 이는 당시까지 발행된 어떤 은행권보다 고급종이를 사용했고 형광물질과 색사를 넣어 위조가 어렵게 특수 제조된 것이었다.
5ㆍ16후 혁명정부는 또 한차례의 통화개혁을 실시한다.
62년 6월10일 「환」을 10대1로 평가절하,「원」을 단위로하는 제3차통화조치가 단행되고 이때 정한 「원」화화폐가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때 발행된 은행권은 5백원ㆍ1백원ㆍ오십원ㆍ십원ㆍ오원ㆍ일원권 등 모두 6종으로 영국의 토머스 데 라루사에서 제조,반입됐다.
66년 8월16일에는 그간 통용되던 50환ㆍ10환주화를 대체해 십원ㆍ오원ㆍ일원화등 원화표시주화가 발행돼 원화체계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그후 경제규모확대에 따라 72년 7월1일 5천원권이,73년 6월12일 1만원권이 새로 등장했고 82년 6월12일에는 5백원권주화가 첫선을 보였다.
지폐와 주화는 그동안 도안ㆍ색상ㆍ크기를 여러번 손질해 지금 쓰이고 있는 것은 83년에 새로 나온 것들. 이때처음 돈속에 숨은그림인 은화가 사용됐다.
현재 사용되는 화폐를 보면 1만원권의 점유비가 82.2%(4조8천5백48억원ㆍ6월 9일 현재)에 달해 5천원권(4.3%),1천원권(6.6%)보다 장수로도 훨씬 많아 주종화폐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1만원권이 처음 나온 73년에 1천원권(28.9%),오백원권(29.7%)이 주종을 이뤘던것 (1만원권은 11.5%,4백5억7천5백만원)과 비교하면 그만큼 돈가치가 떨어진 것을 반증하는 셈.
우리가 쓰는 지폐는 83년부터 미ㆍ영등과 같은 1백%면을 소재로 하고있고 접고 펴고하는데 견디는 힘은 약 5천회로 구미선진국(4천∼1만회)보다 떨어지나 일본(2천회)보다 훨씬 높다는게 한은 설명.
그러나 돈을 꼬깃꼬깃 접거나 구겨쓰고 원체 현금사용이 많아 화폐수명은 일본(1∼3년),미국(1년6개월∼9년)보다 훨씬 짧은 8개월∼1년6개월정도.
이에 따라 89년 한해만도 무려 3조6천17억원의 돈이 폐기됐는데 이는 5t트럭 1백30∼1백50대 물량.
이에 따라 지난해 5조3천9백91억원을 새로 찍었고 이에 들어간 비용이 5백29억원에 달했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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