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Q&A로 정리한 북한 핵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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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는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지난 50년간 추구해온 북한의 국가적 목표다. 북한은 자신이 핵을 보유하면 남한과 일본을 보호하는 미국의 핵 우산이 맞설수 있고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도 차단할 수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핵실험이 가난하고 후진적인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의 열등감과 좌절감의 발로라고 보기도 한다.

▶북한이 하필이면 추석 연휴 다음날을 핵실험 D-DAY로 잡은 이유는?

- 국내적 요인과 국제적 요인을 감안해 택일했을 것이다. 9일은 김정일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지 지 9돌이 되는 8일과 노동당 창건 61돌이 되는 10일 사이에 위치해 핵실험이라는'이벤트'를 터뜨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김정일은 한국의 추석보다는 미국의 중간선거를 더 신경썼을 것이다. 미국은 11월 7일 중간선거를 치른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북선제공격을 하기는 힘들다. 또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일본의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하느라고 정신이 없다.따라서 김정일은 지금 핵실험을 실시하는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을 공산이 있다.

▶방사능 낙진 위험은 없나?

-이번 핵실험은 지하 360m에서 실시됐다. 짐작컨대 수백미터를 시멘트로 메운뒤 핵실험을 실시했을 것이다.따라서 방사능 낙진 위험성을 거의없다. 다만 지하에서 핵실험이 실시됐기때문에 지하수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 오염된 지하수가 몇개월뒤 남한이나 동해에서 검출될 수있다.

▶미국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부시 행정부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밀어부칠 것이다. 미국은 볼튼 유엔대사를 앞세워 안보리 7조가 포함된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하려 할 것이다. 7조는 무력제재 조항이다. 아마 중국은 제재 결의안에는 찬성하되 7조가 포함되는 것에는 반대할 것이다 이어 미국은 북한에 대해 금융,해상,경제제재를 밀어부칠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이 찬성해야 경제제재도 효과가 있다. 왜냐면 중국의 대북 무역량은 16억달러,남북한 교역은 10억달러다. 한중 두나라가 참여하면 제재가 효과를 낼 수있다. 그러나 한.중이 빠지면 대북 제재는 '말로만'제재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핵실험의 승자는 ?

-김정일이다. 그는 아버지 김일성도 못해낸 '북한=핵국가' 목표를 달성했다. 군부와 인민의 지지와 결속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다소 아이러니칼하지만 부시와 네오콘도 승자로 분류할 수있다. 부시와 강경파들은 '김정일=상종못할 폭군'이라는 이미지를 전파하려고 노력해왔다. 부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자신의 이같은 주장에 가장 큰 설득력을 얻게됐다. 아마 부시는 다음번에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면 '거봐 내 말이 맞았지'할 지도 모른다.

▶핵실험의 패배자는?

-최대 패자는 노무현대통령이다. 또 6자회담, 1991년 채택된 남북비핵화공동선언도 사망을 고하게됐다. 유탄을 맞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도 당분간 휴지기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왜 곤혹스러운가?

-첫째,그동안 추진해오던 햇볕정책이 사실상 끝장이 났다. 그동안 최우선 정책 목표가 북핵불용이라고 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둘째, 미국의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안팍곱사등이 신세가 됐다.셋째, 비밀리에 추진해오던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이 물건너 갔다. 넷째,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 LA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일리가 있다'고 했는데...이제 청와대는 무슨 일리가 있는지 밝혀야 할 차례다. 이같은 실패 리스트는 얼마든지 늘릴 수있다.

▶중국의 입장은?

-5년만에 열리는 후진타오-아베 중-일 정상회담 다음날 북한 핵실험에 허를 찔릴 중국이 기분좋을 리가 없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7조에는 반대할 것이다. 중국은 평양에 대해 경제지원을 줄이고 기분나뿐 소리를 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북 제재 카드를 슬그머니 거둬들일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은 이점을 잘 알고 있다.

▶동북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그동안 동북아에는 중국만이 핵무기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핵독점은 이제 깨졌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남한,일본,대만이 핵개발에 나설 공산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소위 동북아의 '핵도미노'다.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핵보유국 야망을 달성한 김정일은 당분간 기고만장한 나머지 '핵 유포리아(환희)'에 빠질 것이다.또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도 이를 '미제가 침략해온다'라며 체제결속에 활용할 것이다. 이어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군축회담,핵이전금지협상을 하자고 할 것이다.또 아시아에 배치된 미국의 핵무기를 철수하라고 주장할 것이다.점입가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지금부터 핵실험에 대한 댓가를 하나둘씩 치러야 할 것이다. 어쩌면 북한 체제는 최대의 결속과 위협을 동시에 맞게 될 것이다. 한반도가 1950년 6.25이래 최대의 위기국면에 처하게 됐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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