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곳마다 향토음식 수두룩|취리히서 출발하는게 더 편해|북부 이탈리아 식도락 즐기며 미술·역사 음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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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년마다 열리는 스포츠 대잔치 월드컵축구 열풍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86년 멕시코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한국대표팀도 이미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도착, 13일 대망의 대엘기에전을 앞두고 있어 국내의 관심도 이 이탈리아 북부지방에 집중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처럼 대륙에서 뻗어나온 반도를 영토로 갖고 있다.
유럽대륙에 연결된 북부는 유고슬라비아·오스트리아·스위스·프랑스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한반도가 앞발을 쳐들고 있는 토끼모양을 하고 있다면 이탈리아반도는 목이 긴 장화와 닯아있다.
우리 귀에 익숙한 도시 이름중 밀라노는 장화의 위쪽 무릎지점에 있고 뒤켠 종아리쪽으로는 베네키아, 무릅뼈부분에서부터 제노바·피렌체·로마·나몰리로 이어지고 발가락 앞의 섬이 시칠리아다.
반도사람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우리네 풍정과 비숫한 점들이 많은데 깊은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춤과 노래를 즐기며 적극적이며 쾌활한 성격을 가졌다는 점은 좋은 면이고, 그렇지 못한 점으로는 교통질서가 영망이고 사기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손꼽을수 있다.
또 한가지 뚜렷하게 닮은 점으로는 지역마다 특색있는 향토음식들이 많다는 점인데 우리는 저녁을 잘 먹는데 반해 그네들은 점심을 오래도록 즐긴다는 점은 서로 다르다.
한국대표팀이 경기를 펼치는 베로나는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나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밀라노를 중심으로한 이탈리아 북부지역을 여행하기에 가장 편리한 곳은 로마보다는 스위스의 취리히나 오스트리아의 빈이다.
열차편으로도 로마에서는 6∼7시간 소요되지만 취리히에서는 3시간이면 가능하다.
유레일 패스로 취리히에서 밀라노행 낮열차를 타고 가다보면 차창을 통해 독일에서의 느낌과 비슷한 스위스의 잘 보존된 자연풍경과 알프스의 여러 봉우리들과 계곡·호수들을 감상할 수 있다.
유레일 패스로는 유럽 16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데, 사용기간으로 구분해 7일에서부터 3개월권까지 여러 종류가 있으며 국내 여행사에서도 구입할수 있다.
통상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여행은 밀라노로부터 시작된다. 예술과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물의 도시」 베네치아까지는 3시간이 조금 넘는 가까운 거리, 베로나는 그 중간쯤에 있으며 우디네는 베네치아에서 약2시간 정도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탈리아 관광은 음악과 미술, 그리고 역사를 음미하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미식가들에게는 요리여행이기도 하다. 때문에 국내에서처럼 『피자 주세요』 『스파게티 주세요』는 안 통한다. 비교적 입에 맞는 피자나 스파게티 한 두 종류는 외워가지고 출발해야 한다. 코피도 마찬가지다. 진한 것, 엷은것, 미국식등 여러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가 있다.
식당에 들어서면 우선 앉아서 식사를 할것인가, 서서 먹을 것인가를 나름대로 결정하는게 좋다.
왜냐하면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가격과 바에 서서 먹는 값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용을 절약하면서 여행을 해야될 경우라면 피자리아·카페테리아 같은 곳을 찾도록하고 리스토란테나 오스테리아같은 명칭의 음식점은 피하는게 좋다.
이런 곳은 옷차림에서부터 음식시중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격식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피자는 「피짜」에 가까운 강한 발음을 해야만 알아듣는데 메뉴를 보고도 뭐가 뭔지 모르는 경우 네가지 종류를 나누어 놓는 파트로 스테지오네를 선택하는 것이 낭패를 방지하는 요령.
코피 한잔을 시킬땐 특별한 취향이 없다면 밀크가 들어있는 카페 마키아토나 라테 마키아토가 비교적 우리 입맛에 맞는다.
스파게티는 약간 짭짤한 맛이 있으면서도 쉽게 넘어가는 영양식인 라자냐가 무난하다.
▲밀라노=미술관 관람만으로도 1주일이 부족한 이 도시는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과 교회등의 건축물및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같은 예술품이 가득하다. 이 낡은 건축물 사이사이로 패션잡지의 표지에서 금방 빠져나온듯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옷차림의 이탈리아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밀라노 패션」이라는 말에 걸맞게 이곳의 의상 전문점에서는 「옷구경 좀 합시다」가 안통한다. 무슨 색상, 어떤 스타일의 옷을 원한다는 걸 밝혀야 할 정도다. 과거에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냈고 예술가를 키워온 밀라노는 20세기에 이르러서도 패션의 도시로 번성한 것이다.
▲베로나=밀라노에서 열차로 약1시간40분거리,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앞부분만이라도 미리 읽어두면 훨씬 운치를 북돋울 수 있다. 에르베광장의 동쪽으로 나있는 카엘로 거리에서 시뇨리광장 사이에 로미오의 집과 줄리엣의 집이었다. 그러나 이 집들이 진짜라는 확증은 없다.
특히 베로나 주변에는 발포리첼라나, 소아베등 유명한 와인 산지가 있으며 약간 북쪽의 바사노델그라파 주변에서는 희고 쌉쌀한 맛의 발포성 와인 프로세코를 생산한다. 이곳은 또 이름 그대로 화주라고 할만큼 알콜도수가 높은 그라파의 산지이기도 하다.
▲베네치아=우리에게는 『베니스의 상인』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도시로 특히 여름철에는 관광객들로 도시전체가 가득차 짜증이 날 정도다.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우리 돈으로 약5천원쯤되는 가격으로 물위로 달리는 합승버스와 비슷한 바포레토를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구경할수 있다.
명물 곤돌라는 한척에 6명까지 탈 수 있다. 아코디온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주는 가수가 있는 곤돌라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미리 요금교섭을 하고 타야 한다.
이곳에서 빼놓지 않고 증명사진을 찍어야할 곳 두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베르디의 오페라『리골레토』와 『춘희』등 숱한 명작들이 처음으로 공연된 페니체극장으로 전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전통이 있고 우아한 극장이다.
입석표도 팔고 있어 여행객들도 공연을 감상할수 있다.
또하나는 1702년에 개업, 2백90년의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최고의 카페 프돌리안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8세기와 19세기를 여행하는 착각을 자청하면서 이곳을 즐겨찾았던 괴테와 바이런을 떠올리거나 아니면 플레이보이 카사노바가 탈옥해 마셨다는 에스프레소를 한잔쯤 시켜놓고 주변의 양해를 구해 증명사진을 찍어놓으면 두고두고 얘깃거리로 남는다. 백준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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