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판매에 씁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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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빨갛게 익은 탐스러운 딸기가 먹음직스럽다.
백화점에서 용기에 가지런히 담긴 딸기를 사가지고 와 포장랩을 뜯고 씻으려고 보니 곁에 보이는 굵직한 것과는 달리 속에는 잔챙이들이 일그러진 모습들을 하고 있다.
하긴 이번이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말기 뿐인가. 시금치 한단을 사서 풀어도 곁에는 실한것으로 돌러 묶고 속에는 잔것들이 소복하게 들어 있었다.
파 한단을 사도 마찬가지고 어떤 때는 아예 흙덩이까지 들어있어 놀란적도 있다.
굵은 것과 잔 것을 가려서 팔든지, 아니면 굵은 것과 잔 것을 자연스럽게 섞어 담아 제값을 받는다면 안 사먹을 사람은 없을텐데 왜 그렇게 위장하고 속이려드는지 모르겠다.
딸기 몇 개, 파한두뿌리 덜먹게돼 배가 아파하는 말은 아니다.
그것을 포장하고 묶었을 사람들의 밝지못한 심성을 들여다 보는것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없기 때문이랄까.
그것이 땀흘러 일하는 농부의 마음은 아닐 것이라고 도리질을 해본다.
그럼 약삭빠른 장사꾼의 손길일까. 알수 없는 노릇이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요, 제값을 치르고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조그만 일들을 별것 아니라고 묵인하고 무감각해질 때 그것이 씨앗이 되어 수입쇠고기가 한우쇠고기로 둔갑하고 가짜 우황청심원이 판을 치게되는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양심의 가책도 없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때 그것을 사먹는 사람들은 눈뜨고도 바보가 되어야 한다는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이 사회에 불신의 벽이 두꺼워만 진다는 것을 생각못할까.
농부들·상인들·정치인들, 우리 모두의 겉과 속이 같아질때 우리는 불신의 벽을 허물고 마음놓고 함께 손을 잡을수 있을 것이다. <충북제천시탑동297의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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