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減稅에 보은" 부시 재선에 팔 걷은 월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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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텍사스주 석유업계에 이어 미국 금융업계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로 등장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3일자에서 보도했다.

신문은 뉴욕 월스트리트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현재 부시의 적극적인 지지자로 분류될 만한 인사로 골드먼 삭스의 헨리 폴슨,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의 존 맥,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등을 꼽았다.

이들은 내년 재선을 앞둔 부시 진영에 10만~20만달러를 기꺼이 바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까지 아직 1년 이상 남은 현재 월가가 부시 대통령을 위해 모금한 돈은 3백80만달러에 이른다. 이는 2000년 대선운동 전 기간에 기부한 돈(3백96만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특히 세계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부시의 재선을 위해 낸 정치자금은 2000년 대선 때 냈던 기부금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릴린치의 CEO 오닐은 얼마 전 회사 간부들에게 편지를 보내 부시 대통령의 모금 행사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베어 스턴스사의 제임스 케인 회장도 비슷한 편지를 사내에 돌렸다고 NYT는 전했다.

월가가 이처럼 부시 대통령 편으로 돌아선 배경은 일련의 감세 조치와 관련이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배당소득세 및 주식투자 이익금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가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데 따른 '보은(報恩)'이라는 것이다. 6백50개가 넘는 증권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미 증권업협회 마크 래크리츠 회장은 "결국 부시 행정부의 증시 관련 정책은 올 들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히 기여함으로써 업계에 약발이 먹힌 셈"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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