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제해야" 원론적 중국 태도… 속내는 "크게 염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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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계획 발표에 대한 중국 반응은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나온 대응과 흡사했다. 한마디로 모든 당사국에 대한 자제 요청으로 요약된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 문제에서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 관련국들에 대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긴장을 격화시키는 행위를 피하기를 요청했다.

표면상으로는 지금까지의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중국의 내심은 크게 격앙된 상태다.

중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4일 "(최고지도부가) 크게 염려하고 있다"며 심각한 중국 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에 '적극적인 대책'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적극적인 대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피했다. 핵실험 계획 발표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상이 한층 더 악화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이 핵개발을 고집할 경우 국제적 제재에 동참한다는 입장을 정했다"며 "그 첫 단계가 지난 7월의 미사일 시험발사 때 이미 가시화됐고, 이젠 제2, 제3의 제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석유 및 식량 지원 중단이다. 현재 북한이 사용하는 석유의 80%, 식량의 절반가량은 중국이 유.무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의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4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러시아에도 그 피해가 미친다며 자제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북한 지도부가 자제와 신중함, 책임감을 가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같은 날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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