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핵심마다 "김일설 친인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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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일성 정권은 해방이후 무려 45년 동안 북한사회를 통치해왔다.
이 같은 장기집권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물론 사회주의 국가에서조차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장기집권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있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북한사회의 지배층과 주민들 사이에 의외로 정치적 합의를 이루어내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고있다는 분석이 있다. 즉 북한정권이 혹독한 전체주의체제를 고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고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이 같은 안정성은 전근대적인 주민억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며 따라서 외견상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극심하게 불안정한 정권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억압통치가 가능한 것은 김일성의 친·인척을 동원하여 「족벌지배」를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모든 독재정권의 마지막단계인 네포티즘(족벌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 정권의 핵심으로 활동하는 김일성의 친· 인척은 김정일을 포함하여 대략 2O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을 평가하기 힘들지만 이들이 몇 십년을 두고 요직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한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핵심세력들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들은 이번 9기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위상의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일성의 조카사위인 허담의 당내위치가 다소 낮아진 것을 제외하고 친·인척 중 두드러진 위치이동은 없었다.
김일성의 친·인척들은 반김의 입장에 서지 않는 한 지위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
다음은 김정일을 제외한 김일성의 친·인척 현황이다.
▲김성애〓김일성의 후처로 5기 이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상설회의 의원을 해왔으며 이번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의원으로 재임명됐다. 80년에는 노동당 중앙위원이 됐으며 63년 김일성과 결혼한 뒤 65년부터 줄곧 여성동맹중앙위원장을 지냈다.
▲김평일〓김일성의 2남으로 김정일의 이복동생. 현불가리아 대사며 인민군소장을 지냈다.
80년대 중반이후 김일성의 친족가운데 반김정일 편에 설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 「곁가지 때리기 운동」을 통해 거세되면서 김평일도 외국대사로 사실상 유배됐다.
그러나 김일성 은퇴이후 김정일에게 도전할 수 있는 세력으로 자주 거론되고있다.
▲금성일〓김일성의 3남으로 현일 또는 현일이라는 설도 있다.
인민군 총참모부 부부장이라는 설과 인민군대좌 또는 소장이라는 설이 있다.
▲김경희〓김일성의 전처 김정숙의 딸이며 김정일의 친누이. 개성방직공장 사로청위원장으로 알려졌다.
▲장성학〓김일성의 맏사위며 김경희의 남편. 최고인민회의대의원이며 중앙위원회 정위원. 89년7월 당청년단체부장에 임명된 뒤 「평축」준비 평양신시가지 건설지도부간부(직책불명)를 지냈다.
▲김신숙〓김일성의 처제(전처 김정숙의 동생)이며 김정일의 이모. 현재 중앙역사박물관장이며 김일성대학 교수·여성동맹중앙위원·사회과학원부위원장을 역임.
▲양형섭〓김신숙의 남편이며 김일성의 동서. 현최고인민회의 및 상설회의의장, 사회과학원 원장이다. 김일성방송대학장·조국평화통일민주주의전선의장·국가검열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한 김일성 측근중의 측근.
▲김정숙〓김일성의 사촌동생. 김일성의 삼촌 김형권의 딸로 직업총연맹부위원장·민주조선책임주간을 맡고있다.
▲허담〓김정숙의 남편 현 정치국원 걈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조국평화통일위원장. 당대외연락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이번 최고인민회의 9기 1차 회의에서 서열이 강등되어 당비서직에서는 해임됐다.
▲황장엽〓김일성의 외삼촌 강용석의 사위. 당비서·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 부위원장·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지냈고 현재 조선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이며 노동당사상 담당비서를 맡고있다.
▲강희원〓김일성의 외가족 친척. 89년4월 부총리에 임명된 바 있다. 이번에 당정치국후보위원 7위로 위치를 고수했다.
▲강현수〓김일성의 외삼촌 강용석의 아들. 중앙검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지냈고 이번에 정무원 부총리로 기용됐다.
▲박성철〓김일성의 외할아버지 강돈욱의 형제뻘인 전 부주석 강량욱의 사위로 현재 부주석을 맡고있다.
이밖에 사촌동생 강창주도 86년 12월 8차 내각 때 부총리 겸 농업위원장을 지냈으며 현대남담당 당비서이며 전중앙통신사 사장인 김중린도 김일성의 동생 김영왕의 처가 쪽 인척이다.
그러나 권력의 전면에서 거의 완전히 밀려난 친·인척으로 김영주(동생· 전남북조절위 북측위원장) 장정환(조카사위·전인민무력부 부부장) 김병하(조카사위·전사회안전부장· 국가보위부장) 등도 있다. 〈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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