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아성' 무너뜨린 펩시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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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콜라가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리는데 기여한 1등 공신은 인드라 누이였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최신호(16일자)에서 '세계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인'을 선정했다. 1위는 인드라 누이(50) 펩시콜라 최고경영자(CEO)가 올랐다.

누이는 지난달 초 미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중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누이는 1994년 펩시에 입사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올해 8월 CEO에 올랐다. 인도 중산층 가정 출신인 그는 인도에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로 유학,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미국 이민 2세가 아니라 인도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전형적인 인도인이다. 그런 그가 미국 기업인 펩시의 CEO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포춘은 "누이는 최근 몇 년간 펩시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게토레이로 유명한 퀘이커오츠 회사를 인수하는 등 뛰어난 사업 수완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펩시는 지난해 말 시가총액 987억 달러(약 93조5600억원)를 기록해 코카콜라의 965억 달러를 넘어섰다. 4분기 순이익도 11억1400만 달러로 코카콜라보다 2억5000만 달러나 많았다.

업계에선 최근 인도에서 불거진 '농약 콜라' 파문을 잠재운 숨은 실력자가 누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 정부는 최근 "콜라에서 농약이 검출됐다"며 펩시와 코카콜라의 판매를 금지시켰다. 하지만 인도 법원은 지난달 말 콜라 판매를 다시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이 과정에 누이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누이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회사 행사에 인도의 전통복장인'사리'를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투자자들과의 회의 때에도 책상에 걸터 앉아 대화를 나누곤 한다. 미국인보다 더욱 미국적이어서 펩시에서는 물론이고 미국 재계에서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포춘은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2위로 미국의 복사기 제조업체인 제록스 수장인 앤 멀케이를 뽑았다. 2001년 제록스 CEO에 오른 멀케이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제록스를 회생시켰다. 지난해 1위였던 멕 휘트먼 이베이 CEO는 3위로 밀려났다.

세계 최대 화장품 방문판매업체인 에이본의 CEO 안드레아 정(중국계)은 7위에 올라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토크쇼의 여왕'이자 TV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하포 엔터테인먼트그룹의 오프라 윈프리는 8위를 차지했다.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를 소유한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28위에 그쳤다.

한편 포춘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기업인 중 최고 연봉자는 2610만 달러를 받은 오라클의 CFO인 사프라 카츠였다.

야후 CFO인 수잔 데커(2430만 달러), 골드만삭스 러서치 담당이사인 수잔 노라 존슨(2310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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