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왜 커졌나 … 도공 "개통 이래 최단 가시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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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9 구급대원이 화재로 내부가 전소된 버스에 올라 사상자를 수색하고 있다. 버스 지붕 위에도 구급대원들이 보인다. [뉴시스]

도로공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최저 가시거리는 65m에 불과했다"며 "이는 2000년 11월 서해대교 개통 이래 최저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일 때 운전자는 제한속도의 절반으로 감속 운전해야 한다.

경찰은 사고를 일으킨 25t 화물차량도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은 채 과속운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개가 끼었지만 이른 아침 시간인 데다 휴일 상행선 도로여서 차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사고현장이 사고를 목격한 일반인들이 구조활동을 벌일 수 없는 바다 위 고속도로 교량이고 인터체인지와도 거리가 멀어 소방차와 견인차 등의 접근이 쉽지 않아 사고 수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추돌사고 뒤 차량에 불이 난 것도 희생자를 키웠다.

실제로 사망자 11명의 대부분은 교통사고로 인한 물리적 충돌보다는 뒤이은 차량 화재로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은 7명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평택시 안중 백병원의 경우 희생자의 한두 명에서만 사인으로 보이는 큰 외상이 발견됐을 뿐 나머지 희생자들은 대부분 질식 또는 불에 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발생 후 출동한 민간구조대가 갓길로 운행한 일부 얌체운전자들 때문에 사고현장에 제때 접근하지 못해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소방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구조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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