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 “인술 복음”/「무료병원」이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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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 성가병원 내달부터 “신장개업”/행려병자ㆍ무의탁환자만 치료전담/의사ㆍ간호사등 자원봉사 서로 나서/병상 70여개… 월 3천여만원 재원마련에 성패달려
오갈데 없는 행려병자와 무의탁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원된다.
서울 하월곡1동 88의526 성가병원은 6월초순부터 최초의 「무료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일반환자들을 더이상 받지않고 건평 1천8백평의 8층짜리 병원건물과 병원시설물 등 50억원 가까운 재산을 모두 사회로 환원시키는 사회복지법인으로의 전환를 서두르고 있다.
성가병원은 재단이 수녀원인 성가소비녀회로 「가난하고 병든 장애자와 무의무탁자」들을 돌보기 위해 58년 의원 규모로 출발했다.
70년 현위치로 옮겨진 뒤에는 병상 70여개에 하루평균 2백명 이상을 치료하는 대형병원으로 컸고,진료비도 싸고 친절하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일반환자 때문에 원래 목적과는 달리 일반병원이 됐다.
병원은 날로 번창했고 수익도 적지않았지만 병원설립 30년이 되는 87년무렵부터 재단인 성가소비녀회의 수녀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금년초 수녀원의 총위원회가 「병원을 무의무탁자를 위한 구호병원으로 바꿀것」을 결의했다.
의사 10명(유급5명)ㆍ간호사 30명 등으로 우선 내과ㆍ외과ㆍ소아과 등 3개과를 개설,소요경비는 모두 전국 성당별로 후원회를 조직,성금으로 충당키로 했다.
막상 무료병원을 개원하기로 했지만 수녀원측은 걱정이 태산이다.
『한꺼번에 수많은 무의무의탁자가 몰리면 제한된 시설에 어떻게 수용할 것이며 그냥 되돌려 보내면 또 마음아파 어쩝니까.』 실무담당 다미안수녀의 걱정이다.
약제비ㆍ유급의사급료ㆍ부식비 등 무료치료를 위한 월 3천만∼4천만원의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는 가장 큰 고민이다.
수녀원측은 경비와 기관실운영 등 수녀들이 도저히 할수 없는 일을 제외하고 약제조와 간호에서 청소ㆍ세탁에 이르기까지 나머지는 모두 수녀들의 노력봉사로 메워 인건비를 아예 없앤다는 계획이지만 성당 등을 통한 후원회조직에서 얼마나 성금이 모일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성가소비녀회 도미나원장수녀는 그러나 『현재 의사 4∼5명을 비롯해 간호사ㆍ의료기사ㆍ운전기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따스함」이 결코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증거』라면서 밝게 웃었다.<김종혁ㆍ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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