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구 '득점왕 G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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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구가 9월 23일 성남전에서 골을 넣은 뒤 멋진 포즈로 골 뒤풀이를 하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 제공]

한국 프로축구에 대형 스트라이커가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1m87㎝의 장신 고기구(26.포항 스틸러스)다. 고기구는 지난달 3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1-1)에서 전반 24분 황지수의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 선제골을 따냈다. 9월 23일 성남 일화전(3-2 승)에서는 두 골을 뽑아내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정규리그 17경기에서 8골로 득점 3위에 오르며 득점 선두인 우성용(성남.10골)에게 두 골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요즘 페이스라면 선두 탈환은 시간 문제다.

고기구의 득점 분포는 매우 이상적이다. 9골(컵대회 1골 포함) 중 헤딩으로 4골, 오른발 3골, 왼발로 2골을 잡아냈다. 페널티킥 골은 하나도 없다. 우성용이 10골 중 4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은 것과 비교하면 '순도'는 더 좋다.

고기구는 올 시즌 개막 때만 해도 '가능성 있는 공격수' 정도였다. 숭실대를 졸업하고 2004년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지만 첫 시즌에는 18경기에서 골이 없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5골을 넣으며 골잡이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 포항 파리아스 감독이 눈독을 들였고, 지난해 말 빠르고 재간 있는 미드필더 김상록을 내주고 데려왔다.

하지만 포항 공격진에는 1년 선배인 이동국이 버티고 있었다. 간간이 교체 출전하던 고기구는 4월 이동국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면서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박태하 포항 코치는 고기구를 "팀에서 보배 같은 존재"라고 칭찬한다. 큰 키에 비해 발재간이 좋고, 움직임이 빠르고 날카로우며, 수비에도 적극 가담한다는 것이다. 소심한 성격만 고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했다. 고기구는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욕심 내지 않고 팀 플레이를 하다 보면 득점왕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과 재활 치료를 마친 이동국이 최근 팀에 합류했다. 고기구는 이동국에 대해 '배우고 협력하고 경쟁하는 관계'라고 정의했다. "동국이 형은 1년 선배이지만 배울 점이 정말 많다. 투톱으로 함께 나선다면 수비를 분산시키면서 서로 득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포지션이 겹쳐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배운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겨뤄보겠다."

후기리그 4위를 달리고 있는 포항은 전.후기 통합 승점도 2위에 올라 있다. 3일에는 홈에서 득점 2위 뽀뽀(9골)가 버티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와 맞붙는다. 고기구가 부산전에서 골을 넣어 승리한다면 득점왕과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눈앞에 보이게 된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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