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 성공이 승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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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이명박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것인가, 갈라설 것인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한 뒤 사람들의 관심은 벌써부터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1987년 김영삼.김대중 후보 단일화의 실패 사례를 떠올리는 시각도 있다. 단일화에 성공하면 한나라당의 차기 집권 확률은 높이 치솟을 것이고, 실패하면 정권 탈환이 쉽지 않다. 둘의 후보 단일화가 2007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이유다.

중앙일보 2일자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27%로 공동선두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서울시장은 각각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강력한 리더십, 여성과 남성, 50대와 60대로 전혀 다른 이력의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지지율을 합치면 50%가 넘는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한나라당 경선이 곧 결승전"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실제로 본지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1%, 한나라당 지지자의 44%가 단일화를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가 본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른바 '이인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현행 선거법상 불법이다.

■ 이러면 갈라서고

① 당심과 민심이 확연히 갈리면=선거 전략가인 윤여준 전 의원은 "현재로선 단일화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반인 여론조사에서 월등한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불리해지는 상황이 오면 단일화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현행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은 당원 50%(대의원 20%, 당원 선거인단 30%)와 일반국민 50%(일반 국민 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의 선택으로 이뤄진다. 당내 기반에서 앞서는 박 전 대표는 현행 제도 유지를 바란다. 반대로 일반 여론조사에서 상승세인 이 전 시장은 내심 국민이 100%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을 바라고 있다. 두 진영의 싸움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불씨인 셈이다.

② 네거티브전이 지나쳐 감정 싸움이 격해지면=최근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지에선 친박(친박근혜)과 친MB(친이명박) 진영 간 비방전이 격렬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난무해 강재섭 당 대표가 '청소'를 지시했다. 캠프 간 대립이 후보 간 감정 대립으로 이어질 경우 경선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③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들=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김헌태 소장은 "정치권엔 이회창 전 총재가 복귀하거나, 박 전 대표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연대할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풍설이 나돈다"며 "만약 그런 정도의 판도 변화가 있거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겹쳐 한나라당 지지도가 급락할 경우 '한나라당으로는 대선 못 치른다'는 후보가 생겨 분당사태가 올 수 있다"고 했다.

■ 이럴 땐 함께 간다

① 두 사람 모두 승산 있다고 판단할 경우=어느 한쪽도 확실한 우위를 잡지 못할 경우다. 두 사람 모두 승산이 있다면 탈당이란 도박을 감행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중립지대의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기대하는 시나리오다.

정치 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두 사람의 상대적 우세 요인이 너무 달라 어느 누구도 '내가 뒤진다'고 자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두 사람 모두에게 승산이 있어 경선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② 두 사람 만족시키는 경선룰이 마련되면=강재섭 대표는 현재로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강 대표 주변에선 "여당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해 흥행에 성공하면 한나라당이 '체육관 경선'을 고집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생각을 강 대표가 갖고 있다"고 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일반 국민이 많이 참여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전 국민의 관심과 압력을 받기 때문에 어느 쪽도 당을 뛰쳐나가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③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약속한다면=한나라당 주변에선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총리' 또는 '박근혜 대통령-이명박 총리'의 역할분담을 기대하는 이야기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어떠한 방식으로든 두 사람이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지만 자칫 잘못하면 정치 야합이라는 나쁜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며 현재 '역할 분담론'에 거리를 두고 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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