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료만 연 300억 "문제는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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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이 국내에서 열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날 열린 조인식은 그동안 F1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온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의미가 강하다. 정부의 지원 없이 전남도와 F1 개최를 위해 설립된 특수 목적 법인(KAVO)이 독자적으로 F1을 개최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 효과와 국가 신용도 상승 등을 따져보면 F1 개최는 연간 1조원 이상의 가치를 낳을 것으로 전남도 측은 분석했다. 조인식은 시작일 뿐이다. 연내 F1 지원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되고 순탄하게 통과돼 경주장(서킷)이 제때 건설됐다고 경기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2~3년 후에는 F1을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현지조사를 벌인다.

이때 서킷 규격과 공사 진행 상황, 숙박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뒤 최종 승인을 한다. 이런 경기장과 주변 시설물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흥행이다. 서킷 건설에만 2000억원 이상 들어갈 뿐 아니라 매년 F1 개최료로 FIA에 300억원 이상 내야 한다. 또 대회 경비 등으로 수백억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글로벌 대기업의 참가는 기본이다. F1을 정부가 후원(스폰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해당 국가의 거대 기업이 후원하고 있다. 2004년 F1을 시작한 중국도 국영 석유회사가 스폰서다.

현재 F1에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기업 200여 개 사가 후원하고 있지만, 한국은 마일드세븐-르노팀의 스폰서인 한진해운이 유일하다. FIA와 KAVO 입장에선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열기 위해선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등 글로벌 기업의 스폰서가 필요한 형편이다. 1997년 전북은 향토기업을 내세워 F1 유치 본계약을 체결하고 1000만 달러(당시 약 90억원)의 계약금을 냈다. 그러다 외환 위기로 이 기업이 부도가 나자 대회 유치는 취소됐고 계약금 반환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전북도와 이 기업은 골프장.서킷.해양리조트 등을 짓기로 했지만 완공하지 못했고, 현재 골프장만 다른 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대회가 무산될 경우 전남도가 계약금 형식으로 FIA에 낸 2010년 개최비용 35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김태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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