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한 정책 경쟁 펼쳐야" 고향서 출정식 이명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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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왼쪽)이 1일 포항제일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올리고 있다. [뉴시스]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해야지."

2박3일 일정으로 고향인 경북 포항을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스쳐가듯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 말은 박근혜 전 대표처럼 이 전 시장도 경선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돼 정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 전 시장 측은 공식 선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의 정치 스케줄엔 대권 도전 선언이 내년 초로 잡혀 있다"는 설명을 달아서였다. 이 전 시장은 라이벌인 박 전 대표의 '경선 참여 선언'에 대한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후보자들이 사정에 따라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경선 참여 선언 문제에 이토록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략적 카드인 대권 도전 선언을 너무 일찍 뺄 수 없다는 고려 때문이다. 대선 분위기의 조기 과열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의식했을 수 있다. 한 측근은 "오늘 경선 출마 계획을 밝힐 의사는 전혀 없었다"며 파장을 진화했다.

?사실상 대선 출정식=그러나 이 전 시장의 포항 방문은 그 자체가 대선 출마를 알리는 의식 같았다. 이날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새벽기도를 했던 포항제일교회를 찾았다. 전날엔 죽도시장 상인 간담회→포항테크노파크 기업인 간담회→고향마을 방문→선영 참배→모교(동지상고의 후신인 동지고교와 영흥초교) 방문 등 유례 없는 강행군에 나섰다. 특히 고향마을(포항시 흥해읍 덕성리)에 간 것은 1992년 이후 14년 만이었다. 이 전 시장은 1977년 36세의 젊은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 발령을 받은 직후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고향 방문이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를 공식화하는 사실상의 출정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전 시장은 모교인 영흥초교의 동문들에게 "지금까지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아왔을지 모르지만 지금부터 전적으로 남을 위해 사는 삶을 살겠다"며 "새로 시작하는 절반의 인생은 고향인 포항에서부터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선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가지고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며 "국가가 제2의 경제 도약을 할 수 있을지 정책 탐방을 계속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포항=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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