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쓸방만 있고 숙박은 안된다" 탈선·탈세 일삼는 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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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김항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2동 490)
직장관계로 지방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지난 주말 처와 애들이 모처럼 상경,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저녁에 깨끗한 여관에 투숙키 위해 장안평 일대의 「장급」여관 몇 군데를 찾아갔으나 여관마다 『쉬었다 갈 방은 있으나 자고 갈 방은 없다』는 것이었다.
무릇 여관이란 나그네가 투숙하는 곳인데, 언제부터인가 비정상적 관계인 남녀가 은밀히 잠깐 즐기고 가는 곳으로 변해 숙박을 원하는 손님은 꺼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막상 당하고 보니 어처구니가 없고 오랜만의 가족재회 기쁨을 잡치고 말았다.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고 가는 아베크족들이 숙박부를 기재할 리가 없고, 따라서 여관업주는 이윤에 상응한 세금을 내지 않고 짭짤한 재미를 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호화사치성 「장급」여관들이 서울 장안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어 청소년 선도에도 역행하고 각종 범죄와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온상이 되고 있다.
선의의 이용객들이 숙박업소의 편법영업행태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당국의 유효적절한 단속과 행정지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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