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USC 풋볼선수 이매뉴얼 무디 '제 2의 하인스'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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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하인스 워드'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USC 트로잔스의 한국계 러닝백 이매누얼 무디(19.한국명 반석)가 맹활약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애리조나 대학과의 원정경기에서는 120야드를 달리며 터치다운 1개를 작성하는 등 이날 터져나온 득점을 거의 혼자 힘으로 다 이끌어내며 본격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의 어머니 장영선씨는 아들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주신 '미라클 베이비'라고 부른다. 불임 수술을 받았음에도 기적적으로 낳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디가 풋볼무대에서 펼칠 '미라클'이 기대된다.

▶철저한 코리안 스타일로 성장

무디의 식구는 외할머니 어머니 삼촌 그리고 형과 누나를 포함해 모두 5명이다.

그의 어머니 장영선씨는 무디가 6세 때 남편과 이혼한 뒤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세탁소 편의점 등을 하며 집안을 꾸려나갔다. 댈러스에서만 14년째 살고 있다.

무디는 혼혈이지만 완전한 한국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어머니가 일하는 동안엔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외할머니와 함께 주로 시간을 보내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익혔다.

하지만 장영선씨는 그가 3남매 중 가장 한국말을 못한다면서 "형과 누나는 한국말을 읽고 쓸 줄도 안다"고 말했다.

장씨는 댈러스의 중앙연합감리교회를 다니면서 한글선생으로 일하면서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쳤지만 무디가 큰 흥미를 느끼지 않아 가르침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13년간 접촉없던 아버지와도 재회

장씨는 용산 미8군에 근무중이던 남편 유진 무디와 만나며 사랑을 키웠다. 용산공고 전자과를 졸업하고 삼성 계장부에 취직해 설계사로 일했던 장씨는 2년 뒤 남편을 따라 독일로 이사했다.

둘이 이혼한 뒤 유진은 13년 동안 가족과 일절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무디가 경기마다 좋은 활약을 보이자 장씨가 전 남편에게 편지를 띄웠다.

결국 지난 16일 USC의 홈 개막전 때 아버지가 찾아왔고 아들과 감격의 재회를 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을테지만 무디는 "사이가 좋아지고 있다"며 아버지와 더욱 친해지고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장차 꿈은 NFL 스타…그리고 목사가 되는 것

6피트 200파운드의 단단한 체격을 자랑하는 그는 350파운드 벤치 프레스도 거뜬히 해낼 정도로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하고 있다. 그의 꿈은 모든 풋볼선수들이 갈망하는 NFL 무대에서 뛰는 것이다. 그는 "배리 샌더스처럼 NFL을 대표하는 러닝백이 되는게 꿈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꿈이 하나 더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아들이 워드처럼 NFL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이기는 하지만 그의 진정한 꿈은 '목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도 신학을 전공하고 싶어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게 어머니의 설명. USC에 올까말까 망설인 이유도 신학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디는 고민끝에 4년 장학금을 받고 USC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

러닝백이 상대 선수와 충돌이 많은 포지션인데 걱정이 안되냐고 묻자 장씨는 "매일 다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며 "하늘이 그를 잘 보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무디와 일문일답

'워드 이야기는 나의 스토리'

어머니 사랑 깨닫고 부끄럼 사라져

'안녕하세요'라며 말을 건넨 그는 "한국말은 조금밖에 할 줄 모른다"고 했지만 '프리토킹'이 가능한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줬다. 처음에 인터뷰는 한국말로 진행되다 USC측이 무디의 프로파일을 정리하기 위해 영어로 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중간부터는 영어로 인터뷰를 했다.

-올해 하인스 워드가 수퍼보울 MVP를 탔다. 남달리 느낀 점이 있었을텐데.

"하인스 워드가 혼혈선수들의 장을 열어준 것 같다. ESPN을 통해 하인스 워드 스토리를 들었는데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워드와 같은 NFL 선수가 되는게 내 꿈이다."

-USC에 한인들이 많아서 입학하게 됐다는데.

"그것보다는 USC 풋볼 프로그램이 좋아서 왔다. 그러나 막판에 텍사스대에 조금 더 끌리기 시작했다. 특히 가족이 모두 텍사스에 살아서 고민이 많이됐다. 하지만 USC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와 결국 USC를 택했다."

-올시즌 3경기에 나와 맹활약하고 있는데.

"항상 경기 전 빅 플레이를 한다는 걸 상상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이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이에 앞서 연습도 실전처럼 열심히 한다."

-포지션이 항상 러닝백이었나.

"처음에 풋볼을 할 때는 코너백으로 시작했다. 몇년 뒤 러닝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어렸을 때 풋볼뿐만 아니라 축구, 야구, 농구, 육상 등 안해본 스포츠가 없다."

-한국계라는 게 부끄러운 적도 있었나.

"내가 자랐던 곳은 흑인들이 많이 살았다. 그래서 워드처럼 학교에 갈 때 어머니한테 일부러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랑과 희생을 베풀었는지 깨닫고서 그런 부끄럼은 완전히 사라졌다.

-목표는.

"러닝백 배리 샌더스를 가장 존경한다. 그처럼 NFL을 대표하는 러닝백이 되고싶다."

미주 중앙일보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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