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YBM시사 "한국 영어 수출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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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M시사는 실용영어 교육의 대명사다. 매년 2000여 종의 영어 학습교재를 발간하고, 전국 130여 개 어학원에서 매년 연인원 100만명이 넘는 사람을 가르친다.

YBM시사의 모태는 45년 전 서울 신문로에 문을 연 출판사 '시사영어사'다. 창업주 민영빈(75) 회장이 국내 최초의 영어학습 잡지 '시사영어연구'를 펴낸 것이다. 이 회사는 이후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국내 영어 교육 시장을 이끌었다. 국내 처음으로 오디오 영어학습교재를 제작하고(70년) 토익 시험을 주관했다(82년).원어민 강사 어학원도 83년 이 회사가 처음 열었다.

이 회사의 영어 교육법은 90년대 들어 빛을 본다. 때마침 영어학습 열풍이 불어 92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2003년엔 매출 4000억원 고지를 달성했다.

민 회장의 외아들로 9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민선식(47) 사장은 "영어 교육업체로 입지를 다진 것은 '어떻게 해야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민 회장이 "우리나라에도 쓸만한 실용영어 시험이 있어야 한다"며 도입한 토익 시험은 한국인 영어 공부의 판도를 바꿨다. 이 회사가 주관하는 토익 시험엔 지난해에만 186만 명이 응시했고, 올해는 응시생이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전들이 45년 영어교육의 결정판입니다” YBM시사 민선식 사장이 서울 종로2가에 위치한 본사에서 그동안 출간된 사전들을 껴안고 웃고 있다. 김성룡 기자

토익은 YBM의 최고 '효자 상품'이다. 지난해 YBM 전체 매출 4000여억원의 20% 가량이 토익 시험 수수료였다. 출판사업 매출 상당 부분도 토익 교재가 차지한다.

이 회사는 누가 뭐라해도 45년간 영어교육 사업에만 매달렸다. 언뜻 외도처럼 보이는 신규 사업들도 알고보면 영어교육과 연관이 있다.

사업을 벌였다가 아니다 싶으면 미련없이 접었다. 지난해 SK텔레콤에 매각한 서울음반이 한 예다. 서울음반은 78년 오디오 교재를 녹음하기 위해 만든 회사였다. 또 외환위기 당시 경영에서 손을 뗀 현대상호신용금고도 전집 출판물 할부금 수금에 도움이 될 것 같아 84년 인수했던 것이다. 결국 실패로 끝난 영어신문 '코리아데일리' 창간이나 교육 전문 케이블TV 사업권 획득 등도 영어교육과 관계된 사업이었다.

YBM시사는 요즘 사세확장의 방향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급팽창해온 국내 영어 사교육 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해서다. 구매력 있는 학습자들이 해외 유학.연수를 떠나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어학원.영어교재 업체가 많이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1961년 시사영어사가 출간한 최초의 영어 학술 전문잡지 ‘시사영어연구’ 표지.

저출산으로 어린이 영어교육 시장도 정체 상태다. 최근 해외사업에 비중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7년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에 어학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해외사업 노하우도 쌓았다.

현재 밴쿠버.토론토 학원의 연간 수강생은 4800명 정도. 이중 한국인 수강 비율은 30%를 넘지 않는다.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다.

YBM시사는 2003년 중국에 이어 올 1월 필리핀에 어학원을 세웠다. 베이징(北京) 번화가에 있는 YBM 학원은 중국인에게 비즈니스 영어를, 현지에 근무하는 한국 직장인에겐 중국어를 가르친다. 필리핀 YBM PLC 어학원은 영어를 배우러 현지에 온 한국 학생들을 겨냥해 만든 것이다.

필리핀 어학원은 내년이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YBM 학원본부의 강호영 이사는 "동남아에선 우리의 영어교육 시스템이 경쟁력이 있다"며 "어학원으로 인지도를 키운 뒤 영어 교재, 온라인 교육사업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YBM시사는 내년 베트남에도 둥지를 튼다. 최근 베트남 현지 회사와 합작 계약을 해 내년 초 현지에 어학원을 열 예정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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