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 앞으로 통학할 판" 시흥 월곶신도시 주민들 대책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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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마다 '화끈한 성인방송, 환상적인 침실'이라고 적혀 있어 어른들이 봐도 낯뜨거운데 아이들이 매일 이 앞을 지나 학교를 다녀야 합니다."

경기도 시흥시 월곶신도시에 건설 중인 풍림 3차 아파트를 분양받고 오는 2005년 3월 입주 예정인 주부 안정희(安貞姬.36)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통학길을 둘러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분양 당시 입주와 동시에 아파트단지 내 초등학교가 개교된다는 건설업체의 공고를 믿고 분양받았지만 입주 1년여를 앞둔 현재 단지 내 학교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안산교육청과 시흥시가 마찰을 빚어 개교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입주 전까지 학교가 건립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은 러브호텔.술집 등이 밀집한 유흥가를 지나 1㎞ 이상 떨어진 기존 월곶초등학교까지 가야 하는 최악의 통학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학교 역시 풍림 2차 아파트단지 내 1개교(2005년 3월 개교 예정)뿐으로 3차 단지 학생들은 러브호텔이 집중된 통학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고등학교는 월곶신도시에 설립 계획조차 없어 학생들이 4~5㎞ 떨어진 시흥시내로 원정 통학할 수밖에 없다.

◇주민 입주=시흥시는 1997년부터 17만여평에 이르는 서해안 공유수면을 매립, 주민 5천4백여가구 2만여명이 거주할 월곶신도시를 조성했다. 이후 개발이 시작되면서 신도시 한복판 상업지역에 현재 1백여곳의 횟집과 노래방, 40여개의 러브호텔이 집중적으로 들어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올해 초 풍림 1차(2천5백60가구)아파트 입주를 시작으로 2005년 3월까지 2.3차(2천2백85가구)가 들어선 뒤 4차(6백90가구)아파트가 건설될 예정이다.

◇학교부지 마찰=시흥시는 월곶신도시 조성 당시 초등학교 2개, 중.고등학교 각 1개 등 모두 4개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안산교육청의 의견을 무시하고 초.중학교 부지 두 곳만 확보한 채 나머지 토지는 모두 민간에 매각했다.

이 때문에 월곶신도시에는 지난 3월 개교한 월곶초등학교와 2005년 개교 예정인 월곶중학교 단 두 개교밖에 없어 풍림 2.3.4차 단지가 준공될 경우 심각한 학교 부족 사태가 예상된다.

이에 안산교육청은 최근 "주민 입주가 끝나면 월곶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이 학급당 50명을 넘어 과밀학급이 될 수밖에 없다"며 4차 아파트 단지에 초등학교를 건립키로 하고 시흥시에 학교부지 승인을 요청했다. 안산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초등학교 부지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교육 여건이 크게 악화된다"며 "유흥업소를 정화하고 소음방지를 위한 차단벽 등을 설치해 학교를 건립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흥시는 지난 9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교육청이 신청한 학교부지에 대해 인근에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어 학교부지로 부적합하다"며 부결처리해 사실상 학교 건립이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월곶신도시는 5천4백여가구에 초.중학교가 고작 한 개씩인 기형적인 교육환경으로 입주민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흥=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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