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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과천서 동시다발 화재 서울구치소 수도 끊겨 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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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6일 경기도 과천시 과천변전소 주변에서 불이 나 인근 비닐하우스 등이 화염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경기도 의왕과 과천지역이 26일 오후 한때 송전선로 곳곳이 불에 타 끊어지면서 주택가와 구치소, 야산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해 연기로 뒤덮이는 등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길은 의왕 서울구치소 구내로까지 번져 면회를 온 100여 명이 긴급대피하는 등 면회 업무가 전면 중단됐다.

경찰은 의왕상수도사업소에서 작업 중이던 크레인이 15만4000볼트짜리 고압 송전선을 건드려 끊는 바람에 처음 화재가 발생했으며, 불길이 송전선을 타고 의왕시 청계동과 과천시 문원동까지 번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30여 곳에 동시다발 화재=이날 오후 2시15분쯤 의왕시 포일동 의왕상수도사업소 송전탑 변압기와 과천시 문원동 과천청소년수련원 공사장 주변에서 폭발음과 함께 고압 송전선로가 끊기면서 불이 났다. 이어 의왕 서울구치소 뒷산과 과천~의왕고속도로 인근 청계산 등 30여 곳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나자 경기도와 서울시내 10여 개 소방서 소속 소방차 64대와 소방헬기 5대, 소방인력 290여 명이 화재현장에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여 오후 4시쯤 불길을 잡았다.

이날 화재로 과천변전소 인근 주택 6동과 비닐하우스 19동이 불에 탔으며 화훼단지에서 일하던 박모(65.여)씨 등 두 명이 화상을 입었다. 또 청계산 자락 10여 곳 500여 평의 산림이 불에 탔고, 의왕~과천고속도로 등 일대 도로가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송전선로가 끊기면서 과천과 의왕.안양 일대 2000여 가구가 50분간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 구치소에도 번져=오후 2시30분쯤 구치소 구내로 불이 옮겨 붙었다. 이 때문에 전산실 및 교도대 숙소 일부와 오.배수 펌프장, 도시가스 공급장치 등 구치소 내 시설에 피해가 발생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가족.친지 등의 면회가 전면 취소돼 수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구속 피의자 등 2700여 명의 수용자가 거주하는 건물에는 불길이 닿지 않아 외부 대피 등의 소동은 없었다. 이와 함께 오후 늦게까지 전기와 통신 시설이 마비됐으며, 수돗물 공급이 끊겨 외부에서 생수를 구입해 공급하는 한편 재소자 저녁식사를 비상식량으로 대체했다. 단수문제로 화장실 사용에도 일부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구치소 측은 과천 소방서에서 급수차를 지원받아 구치소내 물탱크를 채우는 방법으로 응급조치해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27일 점심부터는 인근 안양교도소에서 식사를 가져와 제공할 방침"이라며 "구치소 내 전기시설 등의 피해를 완전 복구하는데는 2~3일 정도 걸리겠다"고 밝혔다. 교정시설에 불이 난 것은 2001년 3월 안양교도소 내 2층짜리 작업장 화재 발생 이후 5년여 만이다.

과천=정영진.김종문.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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