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주차중 자동차 화재사고 잦다|작년 1월 이후 소비자연맹서 고발된 사례 총42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주행중이나 주차 중 자동차에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최근 종종 일어나고 있으나 정확한 화재원인을 감식하기 힘든데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문지식이 부족해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책임이 전가되기 일쑤인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89년1월부터 올4월까지 한국소비자연맹에 고발, 접수된 자동차화재사고는 모두 42건.
이 사례들은 모두 자동차 제작회사 등이 일단 소비자들에게 화재의 책임을 돌려 소비자들이 연맹측에 책임규명과 문제해결을 의뢰한 케이스들이다.
연맹의 소비자피해구제과정에서 제조회사가 차체 결함 등 자기네 잘못이라고 인정한 것은 한건도 없었다. 다만 소비자의 관리 잘못이 4건, 타인의 방화가 3건으로 밝혀졌을뿐 교환처리된5건이나 보험처리 등으로 수리를 한19건도 원인불명에 그쳐 대부분 소비자가 손해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교환 처리된 5건은 연맹측의 주장에 못 이겨 보증기간 2년내의 새차들에 국한된 것이고 수리된 19건은 결국 소비자에게 경제적·정신적·시간적인 손해를 감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별 화재차량은▲현대자동차가 13건 ▲대우 11건 ▲기아 7건 등. 차종별로는 ▲대우 르망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 베스타가 6건 ▲현대 엑셀이 5건 ▲현대 스텔라가 3건 등이었다.
이중 서울에서 화재가 발생한 31건은 주행 중에 18건, 주차 중에 13건의 불이 일어난 경우다.
공연택씨(35·상업·경기도평택군)의 경우 대우의 로열프린스(1.9)를 구입한 후 6개월만인 지난 4월(주행1만4천km)차를 운전하던 중 별안간 연기가나 보넛을 열어보니 엔진에 불이 붙고 있었다는 것. 사람들이 모여들어 배터리를 떼어내고 물을 부어 불을 끈 후 평택소재 대우지점공장에 연락해 수리를 받았다.
공씨의 고발을 받은 연맹측이 조사한 결과 엔진 옆 파워스티어링 펌프의 고압호스가 터져 기름이 배선에 번져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도영숙 소비자실장은『이와 동일한 사고가 이전에도 발생했기 때문에 대우측에 이 차종의 공개회수를 요구하고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소비자보호실이 집계한 89년이후 화재사고는 모두 17건. 회사측은『화재원인 중 차체결함은 한건도 없고 7건은 소비자의 취급부주의나 방화, 10건은 전소돼 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 역시 자체 조사한 화재 11건 중 『차체결함은 1건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광모 소비자연맹회장은『제조물 책임법상회사측에 잘못이 없더라도 소비자의 잘못 또한 증명해야하는데 그렇지도 못한 상태에서 책임을 무조건 소비자에게만 전가하는 행위는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또『소비자가자동차 제조회사와 이름이 같은 다른 회사의 불량부속품을 써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기업 윤리상 가짜 제품을 적발할 의무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회장은 물론 소비자의실수로 인한 화재발생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제작회사측이 주장하는 소비자 과실로 인해 발생한 화재의 경우는 ▲세차장·정비업소등에서 오일필터를 갈아끼운 후 나사를 꽉 조이지 않은 상태에서 기름이 새나와 과열된 배기관에 흘렀을때 ▲에어컨을 시중에서 장착할 때 배선처리가 잘못돼 껍질이 벗겨진 배선에 불꽃이 튀는 경우 ▲엔진룸을 청소한 후 실수로 기름걸레를 엔진 위에 그대로 방치해 놓고 주행할 때 등이라는 것이다.
연맹측도『실제로 화재차량 조사과정에서 넝마나 실타래를 집어넣은 에어클리너, 외제상표를 교묘히 붙여 만든 불량 필터, 폐유를 섞은 엔진오일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소비자편에 서서 화재원인을 규명해줄 전문화재 감식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는 정회장은 정소비자들이 차량 정비시 자동차 제작회사의 순정부품과 직영공장을 이용하고 주유할 때도 가능한한 같은 주유소를 이용해야 사고 발생시 책임규명이 손쉬워진다고 조언했다.

<고혜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