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많은 「거여」 바람잘 날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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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계파따라 같은 직급도 학력ㆍ나이 불평등”/민정계 사무처요원 파업으로 진통
창당 전당대회(9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민자당이 이번엔 사무처요원들의 「파업」으로 기우뚱거리며 표류하고 있다.
민자당 출범이후 계파간 「갈라먹기 싸움」으로 조직책선정ㆍ당직자인선에서 시도지부장문제를 놓고 말썽이 끊일날이 없더니 급기야 당사무처요원의 「집단파업」 사태까지 발생,민자당이 참으로 치유불가능한 속깊은 병을 앓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일 돌출된 민정계 사무처요원 1백50여명의 전격모임및 전면 당무중단선언은 우리나라 정당사상 초유의 사태다.
현재 민자당 중앙당 일반직요원은 민정계 2백5,민주계 1백39,공화계 64명 등 모두 4백8명.
민정계 당료들은 대부분 구민정당의 1∼8기의 대졸공채출신인데 이들은 ▲민주계의 경우 대학재학중인 학생이 부장이 되고,만31세가 부국장대우가 된 데 반해 ▲민정계의 부국장ㆍ부장 평균연령이 38세,36.5세로 아무리 합당에 따른 불가피성을 감안한다 해도 「동일직급내 학력ㆍ경력ㆍ연령상 이질성」이 워낙 심해 최소한의 업무수행도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마디로 제이름자도 제대로 못쓰는 사람들이 당직자들의 연줄로 마구잡이 채용됐다는 것이다. 아무리 졸업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해도 가져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행동지침에 따라 사물함을 모두 정리하고 관훈동 구당사주변에 지휘본부까지 설치, 『납득할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전당대회 준비도 보이콧 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해 창당전당대회의 파행까지도 예상되는 판이다.
이에대해 민주ㆍ공화계쪽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반응이다. 『펜대 잘 놀려 지난 선거 망쳤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입장이 난처하게 된 박준병사무총장등 민정계에서는 『합당후 최초의 인사인 만큼 구민정당의 인사원칙을 고수할 수 없다』며 ▲인사전면철회 ▲인사배경공개 ▲새로운 인사원칙수립을 요구하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
당에서 끝까지 강경하게 나가면 한바탕 징계바람이 일고 당이 또 어수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당무회의가 「총체적 난국」 타개를 위한 수습책으로 계파간 갈등지양을 논의하는 옆방에서 사무처직원들이 집단항의하고 나선 것은 어쩌면 「물과 기름」을 뒤섞은 합당의 후유증이자 민자당의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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