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반토막 40달러까지 가나

중앙일보

입력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유가가 계속 하락할 것인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혼선을 빚고 있다. 최근 하락세가 이어져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80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바통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넘어갔다. 이란 핵개발 갈등이 잠잠해지고, 허리케인 등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유가는 OPEC의 감산 여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 40달러까지 추락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 및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초과 공급으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더 나아가 시장의 분위기가 악화되고, 투자자들이 유가 선물에서 철수하는 한편 OPEC의 감산이 늦어지면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할 것으로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지난 7월 14일 사상 최고가(78.40달러)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유가는 지난달 말부터 3주 연속 4%가 넘게 하락해 현재 배럴당 60달러대 초반 수준에 걸쳐 있다.

◇ 80 ̄100달러 간다

유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뉴스레터 작성자인 제이 테일러는 "단지 휴식기이며, 유가는 앞으로 1년안에 80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 지속과 곧 다가올 지정학적 긴장 관계를 그 근거로 꼽았다. 세계경기 둔화로 석유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 가격은 안정되겠지만 근본적으로 고유가에 대한 논점은 변한 게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론자들은 유가가 몇 년 동안 크게 떨어졌으며, 상승세는 최근 1 ̄2년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주기상 앞으로도 계속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 변수로 떠오른 OPEC 감산

허리케인, 중동문제 등 주요 변수들이 잠잠한 가운데 OPEC의 감산 여부가 유가 향배를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WSJ은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OPEC 내부에서 감산 시기와 방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PEC은 지난 2004년 당시 유가가 24% 하락하자 10월부터 12월까지 하루 평균 100만배럴 공급을 줄였었다. 당시 감산 합의는 빨리 이뤄졌다.

이번에도 산유국간 합의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그동안 고유가에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현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라고 WSJ은 설명했다. 컨설팅 회사인 PFC 에너지는 OPEC이 올해 석유 수출로 5500억달러의 돈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8년(1007억달러)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일부 OPEC 회원국은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해 감산을 꺼린다고 WSJ은 전했다.

산유량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로 투자했던 산유국들도 감산에 걸림돌이다. 지난주 열린 OPEC 회의 때 베네수엘라와 이란, 인도네시아는 최근 할당량(쿼터)을 초과해 고유가로 인한 이익을 대부분 가져간 나라가 이번에는 대폭 감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PEC 관계자들은 유가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 초 이전에라도 OPEC이 초과생산 자제를 요청하고, 사정이 더 악화되면 멕시코와 노르웨이 등에도 감산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OPEC이 감내할 수 있는 유가 수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 당 55달러가 기준선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예측 어렵다

전문가별 예측에 차이가 큰 것은 유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피맷 USA의 애널리스트 존 킬더프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온과 경기 둔화 때문에 석유 수요가 줄어들어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를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들도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원유 투자자들은 OPEC의 유가 방어선도 모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OECD이 유가 방어 기준선을 60달러로 두고 있다고 믿는 반면 일부는 5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중국이 중요한 변수지만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간 정책이 달라 유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