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자살 한진重 협상 재개…고용안정·無勞無賃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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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 자살로 전국투쟁대책위원회가 강경 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이 회사 노사가 21일 오후 교섭을 시작, 사태해결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노사는 이날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으며, 본격 교섭은 다음 협상부터 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책임자 처벌과 회사 측의 공개 사과가 있어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사 모두 이번 사태를 빨리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어서 교섭은 의외로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노사 양측이 그동안 실무교섭을 통해 쟁점에 상당한 의견접근을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김주익 위원장의 유족에 대한 보상 문제와 전국투쟁대책위원회가 제시한 부당노동행위 근절 등의 사안에 대해 타결점을 찾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주요 쟁점=임금인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상당부분 접근된 상태다. 격려금 50만원과 성과급 1백% 지급엔 합의했으며 기본급은 노조가 7만5천원, 회사 측이 6만5천원 인상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노조발전기금 3억원 요구에 회사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해고자 복직문제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 9월 18일 부당해고로 판정, 노조가 즉각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을 기다려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해 파업에 따른 손배소송과 노조 재산 등에 대한 가압류(7억4천4백만원)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노조간부 부분은 취하하고 조합비에 대해서는 60% 가량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조 입장=전국투쟁대책위원회는 한진중 노사 간의 쟁점 외에 金위원장에 대한 명예회복과 회사 측의 공개사과.책임자 처벌과 함께 유족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참가자에 대해서도 자택 대기 노조원에 지급한 수준(임금 70%)의 임금지급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교섭과 장외 투쟁을 병행, 회사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올해 계속된 파업으로 여론이 외면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투쟁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 빠른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金위원장 자살이 사측의 손배소송 가압류 등 노조탄압 조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 부문에 대한 회사 측의 재발 방지 약속만은 반드시 받아낸다는 전략이다.

◇회사 입장=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조업 차질로 인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고 조속 타결을 희망한다. 대책위 측이 이번 사태 원인을 정부가 노동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이라고 판단, 대정부 투쟁을 벌이기로 한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지난해 파업에 따른 손배소송 가압류 외에 지난 7월 22일 시작된 전면파업에 따른 손실(3백억원 주장)에 대해 1백50억원가량의 손배소송 가압류도 계획하고 있다. 압류는 하되 집행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파업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사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또 파업 노조원에 대한 임금 70% 지급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그동안 견지해온 파업 참가자와 미참가자에 대한 차별대우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족에 대한 보상 협상도 임단협과 별도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보상 협상이 임단협 교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망=노사 양측이 사태의 조속 타결을 바라 서로 얼마만큼 양보하느냐가 해결의 열쇠다. 노사 양측이 그동안 진행해온 협상에서 상당부분 의견 접근을 본 상태여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사태의 책임 및 원인에 대한 서로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큰 것이 양측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노조의 고용안정협약 요구를 회사 측이 어느 정도 들어줄 것인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송지태 부산지방노동청장은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이 장기화된 데는 서로를 불신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양측이 서로를 인정하고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이번 사태 해결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진권.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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