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때 빛보는 소액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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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5~8평형의 소형 사무실로 투자금액이 5천5백만~1억원선이었다.

이 회사 곽병욱 부장은 "오피스텔이 비싸 엄두를 못내는 소액투자자를 겨냥해 소액 투자상품으로 만들었다"며 "의사 결정이 쉽다보니 1인당 평균 2~3실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강남구 대치동에도 전용면적 3~5.6평(분양면적 6~11평형) 규모의 대치레몬을 분양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올 상반기에는 ㈜더피앤디가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평당 4백80만~5백20만원대에 분양한 섹션 오피스(18~25평형)도 1억원 안팎의 상품으로 인기리에 분양됐다.

분양을 맡은 에스피디 이원열 대표는 "저금리 시대에 임대수입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들이 많이 분양받았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중에는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표방한 코업레지던스가 대표적인 소액 투자상품이다.

지난 7월에 분양한 을지로 웨스턴코업은 11~18평형으로 분양가가 1억~1억6천5백만원선이었다. 임혜경 차장은 "2백45실이 두 달 만에 모두 팔렸다"며 "투자자 분석 결과 임대수익률의 소숫점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반 서민들이 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재개발 지분도 소액투자로 거론되는 단골 상품이다. 성동구의 대지 5평짜리 소형 주택의 경우 1억~1억5천만원으로 단기간 내 아파트 매입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인기다. 한 때 다가구를 다세대로 쪼갠 집들이 인기였으나 서울시가 분할을 금지하고 아파트 분양 자격을 제한하면서 시들해졌다. 대신 요즘은 허름한 단독주택이나 분할되지 않은 다세대나 연립주택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토지시장에는 주 5일 근무제 확산으로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지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그린하우스21은 지난 3월 용인시 양지면에 1백80~2백50평짜리 전원주택 부지를 평당 34만원(6천1백만~8천5백만원선)에 분양한 결과 넉달만에 모두 팔았다. 또 남양주나 안성, 가평, 양평 일대에는 평당 15만~20만원짜리 임야 등을 4백~5백평씩 매입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

드림사이트코리아 김영태 차장은 "일부는 임야나 논밭을 매입해 전용허가를 받은 뒤 웃돈을 붙여 되파는 투자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지형 펜션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평창에서 분양한 한 단지형 펜션은 분양가가 9천만원대로 회사가 연 10% 정도의 확정 수익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파트 분양권이나 전세를 낀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층도 두텁다. 분양권의 경우 중도금은 대출을 받고 계약금과 프리미엄을 합쳐 1억원 미만으로 매입할 수 있는 상품이 나오고 있다. 분양대금의 절반은 입주후 전세로 돌려 대체하는 것이다.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의 소형아파트도 1억원 안팎의 투자자들이 전세를 끼고 매입하고 있다. 월 수입이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경매시장에도 개미 군단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관심 범위를 넓히면 1억원 미만으로 아파트나 빌라 등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고가 상품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은행대신 소액 부동산 투자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번 정부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가라앉지 않는다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찾는 사람들은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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