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규방송 차질/노조서 제작거부로 라디오채널 통합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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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사장 퇴진 안하면 총파업” 노조측/“파업계속땐 공권력으로 해결” 서사장
서기원사장의 취임을 둘러싸고 극심한 노사대립을 빚어온 KBS 사태는 12일의 경찰력 투입과 노조원 연행으로 증폭돼 본사와 지방방송국 사원들이 잇달아 제작거부에 참여함으로써 뉴스와 생방송 프로그램이 중단되는등 사실상 파업사태로 치닫고있다.<관계기사18면>
12일 오후9시13분 보도본부소속 노조원 20여명이 「서기원사장 퇴진」이라고 쓴 머리띠를 두르고 박성범앵커 혼자 1TV 9시뉴스를 진행하고 있던 국제방송센터(IBC) 3층 102 스튜디오로 몰려가 『공권력 투입 내용을 보도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45분간으로 예정된 뉴스가 13분만에 중단됐다.
회사측은 9시 뉴스가 중단된 이후 10여분간 뉴스초점을 방영하다 그후부터는 예정에 없던 「명곡의 고향」을 내보냈으며 오후11시45분부터는 역시 보조앵커없이 진행된 「보도본부24시」를 통해 노조원들의 강제연행 내용을 보도했고,2TV 오후8시뉴스도 자료화면없이 진행했다.
이에앞서 12일 오후4시부터 예능2국ㆍ제작국ㆍ교양국 소속PD 노조원 2백50여명이 공권력 투입에 항의해 제작거부를 결의한데 이어 제작ㆍ보도분야 노조원 2천여명도 오후7시부터 비상총회를 열어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에따라 13일 아침7시부터 방영된 1TV「생방송­전국은 지금」프로가 평소 1시간30분에서 25분으로 단축돼 방영됐으며 다른 프로들도 시간이 단축되거나 미리 제작된 프로로 대체되는등 큰 차질을 빚고있다.
KBS측은 이번사태로 정규프로그램의 방송이 힘들다고 판단,13일오후부터 AM라디오 3개채널을 통합해 1라디오프로그램으로 방송했다.
또 FM 2개채널도 1개로 통합방송하며 AM라디오의 뉴스방송시간도 단축해 내보냈다.
이같은 사태는 지방사로 확산,KBS노조 부산지부는 12일 오후6시 조합원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내에서 「임시비상총회」를 갖고 제작을 거부,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대구ㆍ대전ㆍ광주ㆍ춘천 KBS노조지부도 이날 오후 각각 비상총회를 열고 서기원사장 즉각퇴진등을 요구하며 제작을 거부하고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KBS본사 노조원 2천여명은 12일밤 사무실과 로비등에서 철야농성을 벌인데 이어 13일 오후1시에는 전국 사원총회를 열어 전면파업을 포함한 앞으로의 대처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노조측은 서사장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현재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방송 송출분야 노조원 1천여명도 제작거부에 참여하는 총파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회사측은 서사장 취임이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주장,노조의 제작방해가 계속될 경우 공권력에 의한 해결을 고려하고 있다는 강경입장을 보였다.
한편 KBS 보도본부부장등 부장급 간부 1백여명은 13일 오전10시10분 성명을 내고 『서사장이 중간간부들과 상의 없이 공권력 투입을 결정한 것은 비민주적 처사』라며 『서사장의 취임을 정식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앞서 12일오전 농성 노조원 강제해산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된 안동수 노조위원장(43)등 1백17명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등 6개 경찰서에서 철야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13일오전 연행자중 97명을 훈방하고 나머지 20명은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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