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이 수상하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와 SH공사가 공개한 분양원가 내역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후유증이 서울 전지역으로 확산되는가 하면 분양원가를 제대로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논란은 뉴타운사업을 앞으로 50여개로 확대, 강북 재개발을 통한 균형발전을 꾀하려는 서울시 정책에 제동을 걸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난 18일 택지비와 건축비를 포함한 은평뉴타운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SH공사의 분양원가 내역 공개에도 불구하고 공개내용이 주먹구구식인데다 투명성마저 결여돼 시와 공사가 '집값 상승 주범돴으로 더욱 몰리고 있다.

주택업계와 네티즌, 시민단체 등은 은평뉴타운의 원가공개가 주먹구구식인데다 택지비와 건축비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은평 건축비, 뭔가 수상하다=은평뉴타운의 건축비가 2년 전 SH공사가 공급한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보다 평당 60% 높게 책정돼 물의를 빚고 있다. 표준물가나 자재비 등의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적정 수준보다 30 ̄40% 이상 높다는 지적이다.

SH공사가 밝힌 은평뉴타운 건축비는 34평형의 경우 평당 515만원이며 41 ̄65평형은 평당 560만원선. 이는 지난해 6월 입주한 상암지구 7단지 40평형의 평당 건축비 340만원보다 51 ̄64% 높은 것. SH공사는 용적률과 층고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과 달리 같은 평형에 공급가구수가 같은 경우 층고가 10층인 아파트와 20층인 아파트의 평당 건축비 차이가 10% 이상 나지 않는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주공 관계자는 "고층에는 내진설계 비용이 많이 들고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동일 평수와 같은 가구수를 전제로 10 ̄15층짜리 2개 동과 25층 1개 동의 경우 건축비 차이가 평당 4%를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은평의 건축비는 지나치게 높다"고 강조했다.

◇택지비에 거품 잔뜩=SH공사는 밝힌 택지비에도 '거품돴이 많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SH공사가 공개한 중대형 평형의 평당 분양원가는 평균 1398만원.

이는 최근 분양한 판교2차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원가 평당 1222만 ̄1341만원과 비교해도 평당 57만 ̄176만원 더 비싸다. 판교와 비교해 분양원가가 비싼 이유는 건축비가 훨씬 높지만 궁극적으로 택지비가 비싸졌기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와 SH공사의 설명이다.

이같은 시와 SH공사의 해명에 대해 전문가들과 업계는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2004년 분양한 마포 상암지구 택지비가 평당 3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2년새 입지가 떨어지는 은평지역 택지비가 800만원을 넘어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특히 업계는 대지비 비중과 택지 조성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은평지구 택지비가 평당 600만 ̄700만원선을 넘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5%의 수익률과 이번에 공개한 평균 건축비 534만원을 합하더라도 평당 분양가는 1164만 ̄1269만원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은평뉴타운의 대지비율이 높아 보상비가 올라갔다고 하지만 SH공사가 투기목적의 가건물을 짓거나 논밭에 유실수를 심는 등 이른바 '보상투기돴를 제대로 선별하지 않아 택지비에 거품이 쌓인 것은 아닌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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