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메모리, 하드디스크 추격전 "PC 향해 달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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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플래시메모리가 20년 이상 개인용 컴퓨터의 기본 저장장치로 쓰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32 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한 것을 계기로 PC가 플래시메모리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일종인 플래시메모리는 값이 비싸 MP3.캠코더.디지털카메라 같은 제품의 데이터 저장장치로 쓰였다. 하지만 앞으로 값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범용제품인 PC에서도 HDD를 밀어낼 기세다. 전준영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상무는 "앞으로 4년간 PC용 낸드플래시 시장은 170억 달러에 달하고 2010년께 전체 낸드 플래시 생산량의 4분의1 정도가 PC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 플래시를 이용한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는 무게가 HDD의 절반이고 전력소모는 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읽기 속도는 세 배 이상 빠르고 소음과 진동이 없다. SSD로 노트북을 만들면 10초면 부팅이 끝나고 웬만한 충격에도 거뜬하다. 동영상이나 음악을 즐기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갈수록 PC의 주된 용도가 되는 점을 감안할 때 배터리가 오래 가고 소음이 없다는 건 큰 장점이다. 다만 가격이 기가바이트(GB)당 1000원인 노트북용 HDD보다 무려 20배 가량 비싸다는 점이 문제. 전문가들은 100 GB급 SSD 가격이 300 달러(약 30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3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HDD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스크톱에서는 HDD 없는 제품이 노트북보다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데스크톱 넉 대 중 한 대 꼴로 주요 프로그램은 서버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만 불러다 쓰는 '씬(thin)클라이언트' 형태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런 제품이 대중화할 때까지의 틈새 기간은 플래시메모리와 HD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HDD가 메울 전망이다. 1~10 GB 용량의 플래시메모리에 운영체제나 자주쓰는 프로그램을 넣어놓고 필요한 데이터는 HDD에서 읽어오는 방식이다. 보통 작업 환경에선 SSD 못지 않은 성능을 내면서도 가격은 훨씬 싸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미 차세대 윈도 '비스타'에 채용한 방식이다.

HDD 업체들은 PC보다는 서버와 가전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PC 자체에 장착하는 HDD는 줄어들지만 서버용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웬만한 데이터 저장용 서버는 보통 100 테라바이트 이상의 용량을 갖추고 있다. 500 GB급 HDD를 수십개 모아서 만든다. 또 LG전자가 타임머신 TV에 200 GB급 HDD를 장착하는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물량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HDD 제조업체인 시게이트의 테반셍 부사장은 "지난해 3억1300만개던 HDD 수요는 2009년 7억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플래시메모리=전기가 끊어지면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는 D램과 달리 전원 공급 중단에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반도체. 속도가 빠르고 휴대전화 등에 주로 쓰이는 노어형과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대용량인 낸드형으로 나뉜다. 노어는 미 인텔, 낸드는 삼성전자가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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