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기본기 아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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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축구는 성장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드리블링·패스·기본전술등 축구의 기초에 관한 체계적인 훈련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안 돼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동구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1월 내한, 프로 대우축구단의 사령탑으로 석달을 보낸 프랑크 엥겔(40·동독)감독은 한국축구를 이렇게 진단했다.
팀을 맡은후 한달동안 선수들의 능력을 알아보기위해 동독선수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테스트해본결과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유연성·지구력·순발력등이 뛰어나 큰 기대를 걸었다가 전술훈련과 실전연습을 보고는 몹시 실망했다는 것이 엥겔감독의 말이다.
『프로선수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보다는 전술적인 사고능력을 키워주는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켜보니 필요없는 드리블링이 많고 패스의 부정확, 공간에 대한 이해부족등 허점투성이였습니다.』
한마디로 「프로선수」들이 기본적인 전술이나 임기응변등이 전혀 안되어있는데 놀랐다는것.
『유럽의 프로선수들은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신이 볼을 받을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넘겨받은 볼을 일단 처리해내는 응급처치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한국선수들은 자기가 맡은 본래 포지션에서 조금의 변동이 있어도 우왕좌왕한다』는 것이 엥겔감독의 지적이다.
한국축구선수들은 어렸을때부터 상황에따라 스스로 플레이할수 있는 훈련이 제대로 안된데다 지나치게 포지션역할만이 강조되어 생각이 경직되어있고 체계적인 이론과 전술에대한 이해가 몹시 부족하다는 것이 실제 경기를 통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축구는 공·수전환이 빠른데다 블록화되고 있어 포지션개념이 차츰 없어지고 있습니다. 공격과 허리·수비가 항상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고 있기때문에 공격수·수비수라는 개념보다는 콤비네이션플레이가 가장 강조되고 있습니다.』
엥겔감독은 한국축구가 세계강호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와같은 축구경기의 요체를 깊이 인식, 시간이 걸리더라도 먼저 어린이축구부터 체계적인 기본기의 터득과 현대적인 전술연마에 애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대우팀에 관해선 『팀성적보다는 내가 추구하고 있는 공격형 스타일로 팀컬러를 바꾸는것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자신이 맡고있는 동안 전술의 다양화, 빠른 공·수전환등을 완성, 팬들의 사랑을 받는 팀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
『아직 많은 경기를 보지못해 뭐라 말할수없지만 프로6개구단이 실력에 큰 차이가 없는데다 플레이스타일도 비슷, 호천이 예상된다』고 올 프로리그를 전망한 엥겔감독은 『그렇지만 후반에 들어가면 대우가 좋은 성적을 올릴수 있을 것이다』고-.
국내지도자들과는 달리 일단위·주단위·월단위·분기별등 1년간의 스케줄을 짜놓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키고 있는 엥겔감독이 과연 국내프로축구계에 어떠한 바람을 몰고올 것인지는 축구계의 큰 관심거리다. <임병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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