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재투자 효과 노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세계적인 증권시장 이론가인 미국의 제러미 시겔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작 '투자의 미래'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1950년대로 돌아가 정유회사 엑슨 모빌의 전신인 뉴저지 스탠다드 오일과 당시 주식 시장의 총아였던 IBM, 두 주식 중 하나만 투자할 수 있다면 어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았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먼저 1950년대로 잠시 돌아가 보자.

1950년대는 지난 90년대 인터넷 혁명처럼 혁신의 시대였다. 1948년 미국 가정엔 약 14만8000대의 TV가 있었는데, 불과 2년 만인 1950년에는 440만대로 늘어났다. 다시 2년 뒤에는 5000만대로 크게 늘어났다.

이 수치는 80년대 개인용 컴퓨터와 90년대 인터넷 보급 속도를 능가하는 것이다. 사무실 근무 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꾼 복사기도 이 때 출현했다. '신경제(New Economy)'라는 신조어가 유행을 할 정도로 기술 혁신에 전 미국인이 들떠 있던 시기였다. 이 신경제의 주역으로 꼽힌 회사가 바로 IBM과 제록스다. 성장성만 놓고 보면 IBM이 스탠다드 오일의 주가를 능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과는 이런 추측과는 정반대다.

당시 일종의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정유업의 스탠다드 오일의 더 좋은 투자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주었다. 1950년부터 2003년까지 IBM주식은 연평균 12.83%를 기록한 반면 스탠다드 오일은 14.42%를 기록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IBM의 성장성을 과신한 투자자들이 프리미엄을 주고 비싸게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배당이다.

주가가 싸고 배당금을 스탠다드 오일이 더 많이 지급했기 때문에 투자 결과가 더 좋았던 것이다. 이 사례가 개인투자자들 특히 배당주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배당주 펀드에 투자할 때는 배당의 재투자 효과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배당주 펀드는 매년 펀드로 들어오는 배당금으로 다시 주식을 사들인다. 특히 주가가 빠졌을 때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이런 재투자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배당주 펀드의 본질은 배당금을 받는데 있지 않고 배당의 재투자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무늬만 배당주 펀드를 조심해야 한다. 지난 2004년 배당주 펀드들의 수익률이 높게 나오자 배당주 펀드로 많은 돈이 몰렸다. 일부 배당주 펀드들은 돈이 많이 들어오고 배당주들의 가격 상승으로 마땅히 사들일 배당주의 숫자가 적어지자 대형주들을 편입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2005년 이후 배당주 펀드들의 수익률이 나빠지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형주들을 매입한 펀드들도 있다.

눈앞의 수익을 위해 배당주 펀드 본연의 색깔을 버린 것이다. 만일 자신이 가입한 배당주 펀드에 대형주들이 있는 경우에는 환매를 하고 다른 회사의 배당주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배당주가 지수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배당주 주가 지수(KODI, Korea Dividend Stock Price Index)는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50개 회사로 만들어진 지수다. 이 지수를 매입하면 우량 배당주 50개를 동시에 사들이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배당주 주가 지수 투자는 일부 투신사들처럼 자의적으로 대형주를 편입하는 것을 사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일부 투신사들의 배당주 펀드들은 KODI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수에 투자하는 것보다 못하다면 굳이 더 비싼 수수료를 주고 배당주 펀드에 가입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장기 수익률이 KODI보다 못하거나 앞서 얘기한 것처럼 대형주를 편입하고 있다면 차라리 환매를 하고 다른 배당주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