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여성 파워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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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 출판계에 여성파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공정·유통·관리부문을 뺀 순수한 편집실무파트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수적 비중은 남성에 비해 압도적이며 그중에는 편집장등의 관리자로 발탁돼 일하거나 직접 발행인이 되어 출판경영 일선을 지휘하고 있는 여성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여성들의 출판계 진출이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의 저변에는 사회전반에서 일기 시작한 「성차별적 편견에 대한 반성」과 「출판에 대한 여성인력의 현저한 적응성」이란 두가지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출판사 가운데 여성을 발행인으로 하고 있는 출판사는 약70개사이며 직접 일선에 나서 제작·판매관리등의 경영전반을 진두지휘하는 명실상부한 여성발행인도 서제숙(정우사)·이영혜(월간디자인사)·박은주(김영사)·주정희(아카데미서적)·박현숙(깊은샘)·이민자(삼신각)·최옥자(일월서각)·김수경(열음사)씨등50여명에이른다.
이중에는 쓰러져가는 출판사를 인수, 이를 3개의 월간지를내는대형출판사로 키워놓는가 하면(이영혜), 1백만부 판매라는 단행본 출판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우는(박은주)등남성들도 못해낸 신화를 창조해낸 여성발행인들도 들어있다.
과거 남성들에게 독점되다시피했던 편집장자리에 여성들이 진출하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사력 4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현암사가 형난옥씨를, 25년째에 접어든 문예출판사와 민음사가 각각 김혜숙, 이동숙씨를 편집장으로 앉힌 것은 그 대표적인 경우이며 이밖에 열화당(김수옥), 서광사(주상희), 동녘(이덕희), 예하(변인옥)등도 여성을 편집장으로 발탁, 단행본출판의 책임을 맡기고 있다.
출판계의 이같은 여성진출현상을 반영, 금년에 출범한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제39대 집행부는 여성출판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이영혜씨를 이사로선임,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현재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펀집파트의 실무종사자들을 남녀 비율로 보면 여성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2년전 서울편집디자인스쿨(원장 이운희)이 국내 5백개출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편집파트의 여성종사자는 무려 전체의 7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대학생 2천명을 대상으로 따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취업을 원하는 여대생이 95%이상이나 됐고, 그후 학원수강을 거쳐 취업하는 사람들중 적어도 85%이상이 여성쪽이었다는 점을 감안할때 현재 출판사편집종사자 가운데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 때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는게 이 학원 총무부장 신현우씨(39)의 얘기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출협이 부설한 출판대학과 인가·무인가의 편집관련 사설학원 10여개가 문을 열고 있는데 이들 학원을 거친 수강생및 취업자의 남녀비율도 서울편집디자인스쿨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출판사에 여성인력 비중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문예출판사대표 전병석씨는 『성차별적 편견과 보수성이 다른 분야보다도 특히 강한 출판계에서 이것은 두손들어 환영해야할 이례적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남성들은 추진력이 있고 대담하며 대외적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은 있으나, 역시 섬세한 감각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출판편집에서는 여성들이 비교우위를 갖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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