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北, 사태 악화 말라" 첫 경고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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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과 19일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뒤 차기 6자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해 양국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胡주석은 특히 "북한이 분위기를 악화시키지 말고 조속히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胡주석이 이같이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경고성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다. 胡주석의 언급은 盧대통령이 "최근 북한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 데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盧대통령은 6자회담의 개최를 위해 중국이 기울여온 외교적 노력에 감사의 뜻을 표명한 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개혁.개방을 점진적으로 해나가도록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盧대통령은 또한 20일 오전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문제.이라크 파병 등을 협의한 뒤 공동 언론발표문을 낼 예정이다. 이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불가침조약의 형식은 아니지만 '북한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내용을 한.중.일.러 정부와 협의한 뒤 문서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盧대통령은 한국에서의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와 관련, "이 문제가 외국인 투자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영화산업계에) 설득 노력을 계속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미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스크린 쿼터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국의)경제와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스크린 쿼터를 줄이기를 바라고 있고,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가 설득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미 투자협정(BIT) 체결의 최대 걸림돌이던 스크린 쿼터 문제에 대해 盧대통령이 취임 후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현재 양국의 영화업계 등 민간 차원에서 많은 대화를 해와 입장이 좁혀져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콕=최훈 기자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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