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상 시나리오]⑨ 손학규·천정배, 잠룡들의 생존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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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정치는 인간의 권력욕을 매개로 벌어지는 자원의 배분이다.
과연 2007년의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10개의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 10대 쟁점을 완전 해부했다.


멀고 긴 우회도로가 목표에 이르는 가장 짧은 길이 될 수 있다. 정면으로 대놓고 말하는 것이 막힐 때는 측면 또는 후면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즉, 꼬불꼬불한 작은 길을 통해 ‘깊숙이’ 파고드는 것이다. 언뜻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단도직입’으로 기대하기 힘든 효과를 거둘 때가 있다. 그러나 단도직입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것이 ‘교우우회(巧于迂回)’다.

여야의 마이너 후보,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지닌 후보가 바로 손학규와 천정배다. 손 전 지사는 퇴임 후 꼬불꼬불한 작은 길을 통해 ‘국민 속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전략을 채택했다. 손 전 지사는 정치부 일선 기자들에게는 적합도 1위의 대통령 후보다.

그런 점에서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미디어오늘>이 국회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손 전 지사는 24.6%의 지지로 1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11.5%로 2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10.8%로 3위를 차지했다.

손 전 지사의 민심기행이 정치권에서는 많이 회자하지만 아직 국민의 마음마저 뒤흔들지는 못하고 있다.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뒤 한때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4~5%까지 올랐다는 여론조사도 있었으나,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손 전 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2%에 그쳤다.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21.6%)이나 박근혜 전 대표(18.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손 전 지사를 돕는 김성식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는 “민심투어는 매일 손 전 지사의 수첩에 쌓이는 민심을 정책으로 연결하고, 편가르기·탁상정치를 새롭게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쪽의 고민은 오히려 오는 10월 중순께 민심대장정을 마친 뒤 무슨 보따리를 풀어놓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민심대장정에서 보고 들은 민심을 어떻게 정책과 비전으로 정제할 수 있느냐다. 낮은 인지도를 극복할 정치적 어젠다와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미디어 노출이 부족한 것도 문제인데, 그보다 자신의 특질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천정배 전 장관은 정동영·김근태 등 당내 후보와 더불어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사조직인 ‘동북아전략연구원’과 원내대표 시절 의원 모임인 ‘17인회’를 중심으로 진로를 모색 중이다. 그는 당내 최대 계파인 정동영 전 의장, 신기남 의원과 긴밀히 협력하며 제2의 ‘천·신·정’ 컨소시엄 재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천 전 장관 측은 어차피 여권 후보는 선거 막판에 급부상하는 인물이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남권을 중심으로 이뤄질 정계개편도 그가 주시하는 정치권의 흐름이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며 젊고 깨끗한 이미지의 천 전 장관은 손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지명도가 떨어지고 정책적 어젠다와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 9월 본격 정치 재개를 앞두고 이들의 ‘교우우회’가 어떤 힘을 보여줄지가 주목의 대상이다.

한기홍 월간중앙 객원기자

(시리즈 목차-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①한나라당 후보 경선과 이명박 신당설
②박근혜 필승론, 함정과 변수
③열린우리당 '오픈 프라이머리'파괴력
④민주당발 정계개편,호남 캐스팅보트론
⑤고건 범여권 신당 성립과 그 파괴력
⑥박근혜-이명박 극적인 연대 성사
⑦범여권 서부벨트연대론과 1대1 대결 구도
⑧김근태·정동영의 운명
⑨손학규·천정배, 잠룡들의 생존전략
⑩노무현-이명박 연대 가능한가?

자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9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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