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상 시나리오]⑦범여권 서부벨트연대론과 1대1 대결 구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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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정치는 인간의 권력욕을 매개로 벌어지는 자원의 배분이다.
과연 2007년의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10개의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 10대 쟁점을 완전 해부했다.


2007대선의 구도는 복잡하다. 야당과 장외의 강력한 세 후보가 트라이앵글 3강 구도를 이루고 있고, 여당 내 유력했던 두 후보는 깊은 늪에 빠져 있다. 박근혜·이명박 두 야당 예비후보의 분열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편, 장외주 고 건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설이 무성하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내 다수 정치인이 그리는 대선 구도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은 그래서 유례없는 합종연횡, 이변과 역전이 거듭되는 대하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현재 범여권의 다수 정치인은 열린우리당-민주당-국민신당이 연대하는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상하고 있다. 이 구상은 논리적으로는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합종연횡의 방정식이다. 열린우리당 내 친 고 건계 의원들이 구상하는 고 건 중심 정계개편론도 이 틀 안에 포함돼 있다. 즉, 고 전 총리를 내세워 호남을 통합하고(열린우리당+민주당) 충청권(국민신당)까지 견인하자는 것이다.

유인태 의원과 함께 오픈 프라이머리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이강래 의원은 “차기 대선은 한나라당 후보와 1 대 1로 맞붙을 수 있는 범여권 후보의 옹립이 승패의 포인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이른바 ‘지역정치 탈피론’을 ‘이상적 아이디어’로 평가하면서도 ‘지역’을 도외시한 전략으로는 대선 승리가 요원하다고 본다.

그의 ‘1 대 1 대결론’은 매우 비관적 정세관에서 출발한다. 현재와 같은 구도에서는 물론이고 설사 서부벨트연합론이 성사된다고 해도 승리는 여전히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52 대 48 게임으로 근접해 최후의 접전을 벌이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을 포위하는 연대가 필요한데, 그 성사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현 구도 하에서 여권의 대선 필패 시나리오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영남과 한나라당 지지 세력의 응집력이 과거 어느 선거 때보다 강화됐다는 점이다. 선거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영남지역 전체의 한나라당 득표율이 70% 이상, TK 지역에서는 80%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어떤 후보가 나오든 여권 후보가 호남 또는 기타 지역에서 그 정도 몰표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둘째, 좌우 이념논쟁이 집권 직후부터 가열돼 이념과 세대의 응집력 역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점도 악재다. 무려 10년간이나 집권 세력에서 배제됐던 영남, 보수층의 사회심리적 상실감은 지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는 보수층의 강박관념은 몇 차례의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해 이미 확연히 드러났다.

친노 집권세력이 득표의 기반이 되는 지역보다 이념과 가치를 중심으로 대선 구도를 짜려고 하는 것도 고전의 근거로 거론된다. 1997년 대선 당시 DJP 연합의 사실상의 기획자였던 이강래 의원은 “밀실에서 이뤄지는 정치공학적 연대도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권의 어느 후보도 과거 DJ나 JP가 가졌던 지역적, 이념적 대표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7년과 2002년의 선거는 명백하게 ‘구도의 싸움’이었다. DJP 연합으로 한나라당을 포위했던 1997년 민주당의 승리는 말할 것도 없다. 현재 ‘가치 중심의 전선’을 주장하는 노 대통령 역시 호남표와 영남표 일부, 충청표의 상당수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7년과 2002년의 차이는 충청표의 획득 과정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정책적 견인’이 주효했다는 점뿐이다. 2002년 대선 역시 ‘호남-충청-부산·경남 일부’를 포함한 ‘영남 역포위 구도’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소위 ‘전후를 압박하고 좌우를 사냥하는’ ‘박기전후 엽기좌우(薄其前後獵其左右)’의 전략은 적어도 2007년 대선에서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설사 부분적 연합이 이뤄진다고 해도 승리의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여권 친노 그룹의 생각이고, 이들이 ‘가치 중심의 대결구도’를 상정하는 것도 이 같은 정세관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권의 선거 승리는 주체적 역량보다 박·이 야권 두 유력 후보의 분열이라는 외생적 변수에 기대하는 측면이 커졌다. 문제는 두 후보의 분열도 과거 ‘이인제 학습효과’에 의해 결정적 파국으로 치닫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강래 의원은 “그런 가능성 없는 요행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을 추슬러 대선 직전까지 1 대 1 대결구도와 비슷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승리의 최소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홍 월간중앙 객원기자

(시리즈 목차-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①한나라당 후보 경선과 이명박 신당설
②박근혜 필승론, 함정과 변수
③열린우리당 '오픈 프라이머리'파괴력
④민주당발 정계개편,호남 캐스팅보트론
⑤고건 범여권 신당 성립과 그 파괴력
⑥박근혜-이명박 극적인 연대 성사
⑦범여권 서부벨트연대론과 1대1 대결 구도
⑧김근태·정동영의 운명
⑨손학규·천정배, 잠룡들의 생존전략
⑩노무현-이명박 연대 가능한가?

자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9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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