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상 시나리오]⑤고건 범여권 신당 성립과 그 파괴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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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정치는 인간의 권력욕을 매개로 벌어지는 자원의 배분이다.
과연 2007년의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10개의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 10대 쟁점을 완전 해부했다.


2007대선의 구도는 복잡하다. 야당과 장외의 강력한 세 후보가 트라이앵글 3강 구도를 이루고 있고, 여당 내 유력했던 두 후보는 깊은 늪에 빠져 있다. 박근혜·이명박 두 야당 예비후보의 분열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편, 장외주 고 건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설이 무성하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내 다수 정치인이 그리는 대선 구도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은 그래서 유례없는 합종연횡, 이변과 역전이 거듭되는 대하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고 건 씨는 각 당이 영입 후보 1순위로 꼽는 인물이다.

그간 고 건 전 총리의 행보는 ‘비리부동(非利不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위 ‘이익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철저한 검증과 은인자중의 행보다. 심지어 그는 2007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공식 선언을 아직도 미루고 있다. 지난 8월28일 그가 주도하는 정치조직 ‘희망한국국민연대’가 출범했지만, 이것도 정당 조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선을 긋고 있다.

바둑으로 치면 ‘초반에 형태를 결정짓지 않는’ 고수의 행보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자인한 것처럼 지지자들은 그의 한없이 신중한 행보에 염증과 지루함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에 이어 오차범위 밖의 3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행보는 다분히 ‘정치공학적’이다. 그는 아직 신당을 만들 생각도, 특정 정치세력에 편입될 생각도 없다. ‘기치(旗幟)를 들거나’ ‘상황을 돌파하는’ 의욕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친노직계 의원들은 그가 ‘기치’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이미지’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분명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오픈 프라이머리에 관심이 있다. ‘희망연대’를 통해 전국 조직을 확대하는 것도 일정 지분을 쥐고 경선에 참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고민은 예선보다 본선, 즉 대선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열린우리당 브랜드’나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시너지도 대권 장악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러스 알파의 요소는 과연 무엇인가? 열린우리당 내 한 친 고 건파 의원은 “판이 훨씬 넓게 짜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친노계 의원을 제외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함께 새 판을 짜고, 거기에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고 전 총리의 중도개혁 세력이 가세한, 전혀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현재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 있다. 친노직계 세력을 제외하고 그와 선이 닿지 않는 정치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매개로 이명박 전 시장과 연대한다는 설과 함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설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 것은 분명 집권세력에의 동참이 아니라 스스로 집권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명경인(一鳴警人)’의 파워와 추진력이 필요하다. 3년간 울지 않았던 새가 한 번 울어 하늘을 찌르고 사람을 놀라게 하듯, 폭발력과 에너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명경인의 미덕 없이 대권을 거머쥔 한국의 정치인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기홍 월간중앙 객원기자

(시리즈 목차-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①한나라당 후보 경선과 이명박 신당설
②박근혜 필승론, 함정과 변수
③열린우리당 '오픈 프라이머리'파괴력
④민주당발 정계개편,호남 캐스팅보트론
⑤고건 범여권 신당 성립과 그 파괴력
⑥박근혜-이명박 극적인 연대 성사
⑦범여권 서부벨트연대론과 1대1 대결 구도
⑧김근태·정동영의 운명
⑨손학규·천정배, 잠룡들의 생존전략
⑩노무현-이명박 연대 가능한가?

자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9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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