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상 시나리오]④민주당의 정계개편, 호남 캐스팅보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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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정치는 인간의 권력욕을 매개로 벌어지는 자원의 배분이다.
과연 2007년의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10개의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 10대 쟁점을 완전 해부했다.


2007대선의 구도는 복잡하다. 야당과 장외의 강력한 세 후보가 트라이앵글 3강 구도를 이루고 있고, 여당 내 유력했던 두 후보는 깊은 늪에 빠져 있다. 박근혜·이명박 두 야당 예비후보의 분열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편, 장외주 고 건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설이 무성하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내 다수 정치인이 그리는 대선 구도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은 그래서 유례없는 합종연횡, 이변과 역전이 거듭되는 대하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희망은 집권당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독자후보를 앞세운 순수한 의미의 집권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본다. 고 건 전 총리의 영입에 공을 들인 적도 있지만, 고 전 총리는 민주당 입당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는 집권의 ‘집’자도 꿈꿀 수 없다고 믿는다.

민주당발 정계개편의 핵심 전제는 열린우리당 호남계 의원의 대거 이탈이다. 이들이 동요하는 것은 대선 다음해 봄에 열리는 18대 총선에서 지금의 간판으로는 당선이 어렵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들 호남과 수도권 의원 30~40명을 규합해 고 건 전 총리를 압박한다는 중간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집권 보수당의 일원이 된다는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지역정치의 부활이며 가능성 측면에서도 가당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발 정계개편은 우선 고 건 변수로 인해 그 성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고 전 총리는 원내 정치세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호남 출신 유권자들에게는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고 건 전 총리가 배제된 민주당에 과연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지가 우선 회의적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오히려 한나라당, 특히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정형근 의원은 공개적으로 당 대 당 통합을 주장했으며, 나아가 대권 한나라당, 당권 민주당이라는 파격적인 방식을 제안했다. 주성영 의원은 7·26 재·보선 성북을 지역구에 한나라당이 무공천해 조순형 의원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한-민 통합의 시너지가 갖는 파괴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산업화 세력 및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박근혜, 그리고 민주화 세력 및 호남세력을 대표하는 한화갑은 지지기반이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성사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지지층 확대에는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고민은 한나라당과의 연대가 DJP 연합의 최신 버전에 불과한 지역구도 정치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에 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고민을 드러내는 키워드는 ‘전승불복(戰勝不復)’, 즉 ‘똑같은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경구다. “집권 세력에 빌붙기 위해 지역을 팔았다”는 호남지역민의 예상되는 비판도 한-민 통합 시나리오가 갖는 난관 중의 난관이다.

한기홍 월간중앙 객원기자

(시리즈 목차-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①한나라당 후보 경선과 이명박 신당설
②박근혜 필승론, 함정과 변수
③열린우리당 '오픈 프라이머리'파괴력
④민주당발 정계개편,호남 캐스팅보트론
⑤고건 범여권 신당 성립과 그 파괴력
⑥박근혜-이명박 극적인 연대 성사
⑦범여권 서부벨트연대론과 1대1 대결 구도
⑧김근태·정동영의 운명
⑨손학규·천정배, 잠룡들의 생존전략
⑩노무현-이명박 연대 가능한가?

자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9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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