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가상 시나리오]③열린우리당 '오픈 프라이머리'의 파괴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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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정치는 인간의 권력욕을 매개로 벌어지는 자원의 배분이다.
과연 2007년의 양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10개의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차기 대선 10대 쟁점을 완전 해부했다.


2007대선의 구도는 복잡하다. 야당과 장외의 강력한 세 후보가 트라이앵글 3강 구도를 이루고 있고, 여당 내 유력했던 두 후보는 깊은 늪에 빠져 있다. 박근혜·이명박 두 야당 예비후보의 분열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편, 장외주 고 건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설이 무성하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 내 다수 정치인이 그리는 대선 구도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2007년 대선은 그래서 유례없는 합종연횡, 이변과 역전이 거듭되는 대하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을 살리는 ‘묘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당의 중립적 인사들은 연말까지 당이 유지될 수 있다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와 모멘텀이 생긴다고 믿는다. 본격적인 정계개편 시점을 내년 봄으로 볼 때, 연말까지의 시한 연장은 당 존속의 필요조건이다.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제)는 당을 지키고 정권을 다시 만드는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여권 내 친노(親盧)직계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개점휴업 상태이던 의정연구센터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며 현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대선 주자 조기 가시화 주장과 배치되는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를 선도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반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 8월16일의 의정연구센터 모임이 주목받은 이유도 이런 기류 때문이다. 최근 사면복권된 안희정 씨는 정치적 파장을 감안해 불참했지만,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안씨의 행보가 의정연구센터에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친노직계의 최근 움직임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백원우 의원이 지난 8월9일 토론회를 개최해 이를 공론화한 것이 단적인 예다. 노무현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과 맞닿은 구상으로 분석된다. 백 의원은 지난 8월14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와 ‘외부 선장론’이 “어느 정도 맥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직계의 행보를 노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 장악력과 연관짓는 해석이 많다. 열린우리당보다 확장된 틀로 대선을 맞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존재한다.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를 선점함으로써 노 대통령이 범여권의 대선 구도를 관장할 수 있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그 명분상 계파와 상관없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고 건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반노계 의원들도 ‘나쁘지 않은 착상’으로 보고, 고 건 전 총리 역시 ‘진일보한 방식’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물론 양 진영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친노직계인 민병두 의원은 “영호남 통합 후보가 나와 적어도 영남표의 20%는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고 건 전 총리는 친노직계 세력이 상정하는 후보는 분명 아닌 것 같다.

그는 또한 후보가 내세우는 ‘기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참여정부의 이념과 가치를 창조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고 건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고 건+열린우리당+민주당+국민중심당’의 구도, 즉 ‘제2의 DJP연합’ ‘호남·충청연대론’ ‘서부벨트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민 의원의 이 같은 생각은 노 대통령의 흉중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차기 구상이다.

국민경선제의 키워드는 ‘후발제인(後發制人)’이다. ‘전국책’에 나오는 이 고사는 열린우리당의 입장과 희망을 정확히 반영한다. “천리마도 기력이 쇠하면 노둔한 말이 천리마를 앞서고, 맹분(孟賁: 중국 제나라 때의 용장)이 피곤에 지치면 아녀자도 그를 이길 것이다(麒之衰也,駑馬先之.孟賁之倦也,女子勝之)”라고 돼 있다. ‘늦게 출발하는 조건’을 잘 활용하는 지혜는 노 대통령 스스로 실천했던 집권 방식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세력과 사람과 자금’을 필요로 하는 모든 유력 후보에게 강렬한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기홍 월간중앙 객원기자

(시리즈 목차-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①한나라당 후보 경선과 이명박 신당설
②박근혜 필승론, 함정과 변수
③열린우리당 '오픈 프라이머리'파괴력
④민주당발 정계개편,호남 캐스팅보트론
⑤고건 범여권 신당 성립과 그 파괴력
⑥박근혜-이명박 극적인 연대 성사
⑦범여권 서부벨트연대론과 1대1 대결 구도
⑧김근태·정동영의 운명
⑨손학규·천정배, 잠룡들의 생존전략
⑩노무현-이명박 연대 가능한가?

자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9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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