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흥행 조화이룬 소극장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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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극장운동에서 가장 모범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혀온 산울림(대표임영웅)이 개관5주년을 맞았다.
산울림은 개관5주년을 맞아 그동안 인기리에 공연해온『목소리』를 지방순회 무대 로 옮기고, 4월3일부터『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위기의 여자』『푸쉬케, 그대의 거울』등 세작품을 연이어 무대에 돌린다.
소극장 산울림은 85년극단「산울림 」전용극장으로 만들어진 이후 작품의 질과 대중적 흥행성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측면을 모두 충족시켜 끊임없는 화제를 불러 일으켜 왔다.
산을림은 개관기념공연작으로 브레히트의 부조리극『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려 개관초기부터 화제가 되었으며,『고도…』는 후에도 몇차례 앙코르공연되며 산을림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산울림은 지난 89년7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극제인「아비뇽연극제」에 이작품으로 참가, 프랑스 연극계의 호평을 받았다. 이대의 호평으로 산울림은 오는 10월에 열릴 아일랜드의 「더불린 연극제」에 초청받아 또한번 국제무대에 서게될 예정이다.
개관 두번째 작품인『하늘만큼 먼나라』는 그해의「대한민국연극제」를 휩쓸어 연극계를 놀라게 했었다. 신혼부부로 헤어졌다가 40년만에 만난 노부부가 그동안의 변모에 따른 위화감에 당황해 하며 헤어진다는 내용의『하늘만큼…』는 이산가족의 재회기쁨 뒤에 숨은 또다른 아픔을 날카롭게 꼬집어 대한민국연극제의 대상·연출상(임영웅) 연기상(조명남·백성희)을 받았었다.
산울림의 성공을 가능하게했던 대표작은 개관1주년기념 공연작인『위기의 여자』.
시몬드보브아르 작품으로 중년여성의 위기를다룬『위기의 여자』는 새로운 관객으로서 중년여성층을 개발해낸 획기적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무시돼 온 중년여성층이 자신들의 얘기를 다루며 자신들을 겨냥한 연극에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산울림은 주부관객이 몰리자 연극계로서는 획기적으로 평일 오후3시와 주말오후2시 공연을 했으며「관객과의 대화의 모임」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 연극이 끝난 후 출연자와 작가·관객등이 어울려 중년여성문제를 토의할수 있게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산울림은『숲속의 방』『술『하나를 위한 이중주』등의 작품으로 계속 성공을 거두었다.
대부분의 소극장이 한두해를 넘기지 못하고 없어져버리는 연극계의 현실에서 산울림이 이같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수 있었던 원인들은 소극장운동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표로 평가되고 있다.
산울림의 성공이 가능했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뛰어난 기획과 연출이 꼽힌다. 즉 관객의 욕구를 가장 잘 감지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다.『위기의 여자』『목소리』와 같은 작품의 예에서와 같이 잠재적 수요를 개발하고, 그들을 고정객으로 만들어 온 것이다.
두번째 성공원인은 적절한 캐스팅이다.『위기의 여자』에서의 박정자,『고도를 기다리며』에서의 전무송,『술』에서의 주호성,『목소리』에서의 윤석화에 이르기까지 산울림은 적절한 성격의 역량있는 연기자를 무대에 올림으로써 작품을 보장해 왔다.
세번째는 극장의 분위기 시설이 큰 힘이 되어왔다. 산울림은 최초의 연극전용 소극장으로 로마식의 반원형극장 내부가 아늑한 느낌을 주며 음향·조명에서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연극펑론가 서연호교수(고려대 국문과)는『우리나라 관객은 연극의 수준을 앞서가고 있다. 관객의 내면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연극이 성공할 수는 없다. 산울림은 바로 이점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관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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