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ㆍ전남 백인회의」 산파역 노희관교수(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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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호남을 보는 눈」 바로 잡아야죠/“좋은 잠재력 알려 새 위상 정립/일부 오해 있지만 정치ㆍ관 과는 무관”
민자당 출범과 광주관련법 처리지연등으로 5ㆍ18광주민주화운동 10주년을 앞두고 광주의 기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가칭 「광주ㆍ전남인 새 위상 정립을 위한 백인회의」라는 좀 색다른 이름의 모임이 창립을 서두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단체의 산파역으로 참여한 노희관교수(56ㆍ전남대 사대교육학)는 공교롭게도 「80년 광주」 이후의 해직교수출신이어서 이번 단체에는 관심이 더하고 있다.
­광주의 분위기가 정치권의 흐름등과 관련,다시 가열되고 있는 것같습니다. 이런 시점에 광주에서 백인회의라는 모임이 갑자기 부상하고 있어 광주시민이나 전남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이 단체를 설립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광주와 전남이 국내는 물론 외국 동포사회에 까지 너무 왜곡돼 있습니다. 불평불만의 목소리만 높은 지역이라는 식의 잘못된 광주ㆍ전남관을 바로잡고 우리 고장의 좋은 점 잠재력등을 능동적으로 알릴 때가 됐습니다. 말하자면 광주ㆍ전남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설립동기고 취지입니다. 백인회의는 순수 민간모임입니다. 좀더 확실히하자면 정치성을 배격한 온건한 민간차원의 애향운동단체지요.』
­갑작스런 출범소식에 놀라워 하는 광주시민들도 적잖다고 봅니다. 그동안의 추진과정과 노교수가 추진실무작업에 앞장서게 된 배경이 있습니까.
『갑작스런 출범이 아닙니다. 백인회의의 태동은 근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발기인 몇분이 소리나지 않게 추진해온 거죠. 나는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다 지난 1월 귀국 늦게 참여한 셈입니다. 외국에서 내고장 더 나아가 한국을 보는 입장은 국내에서와는 또 달랐습니다. 내고장을 살리는 어떤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귀국해 이 회의 추진소식을 듣고 공감,뛰어들게 된 것입니다.』
­발기인 선정과정부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창립에 차질은 없겠습니까. 그리고 출범일정과 조직은.
『광주의 특수한 분위기ㆍ영향등으로 발기인 선정단계에서 조금 주춤거린 것은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오해받기 싫다는 거죠. 그러나 이젠 봄기운을 타고 잘된다고 할까요. 24일 발기인대회를 가졌고 3월말께 창립총회를 열 계획입니다. 조직체계는 4,5명의 공동대표아래 30명내외의 상임이사회를 둘 예정입니다. 광주와 전남도내 27개 시ㆍ군지역 대표격인 이사(회원)중 10%정도를 상임이사로 선정,단체의 실질적 중추인 이사회를 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백인회의라는 명칭은 회원 즉 이사의 수를 1백인으로 한정하겠다는 것인지요. 자격기준은.
『백인은 꼭 1백인이 아닌 그냥 다수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사는 3백명정도가 적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별한 자격기준은 없고 정치색을 띠지 않은 각계각층의 민간인으로 이 회가 지향하는 목적에 공감하는 분이면 됩니다.』
­광주ㆍ전남의 새로운 위상정립이 이 회의 설립취지이자 동기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활동분야와 방향은.
『정치적 측면을 제외한 사회,교육,문화등 지역의 전반적인 면을 대상으로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점을 찾아 노력하게 됩니다. 각 지역의 민간단체들과 연대해 도덕성 회복운동을 벌인다든가 유무형 문화재의 조사발굴등 학술적 조사연구도 하고 지역사회의 진면목을 찾는 교육사업도 할 것입니다. 이런 폭넓은 운동 또는 사업을 통해 왜곡된 광주ㆍ전남관을 바로잡는 큰 목적을 이룰 생각입니다.』
­백인회의 출범을 놓고 광주ㆍ전남이 마치 문제지역인 것 같은 오도된 시각을 스스로 인정하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데.
『광주ㆍ전남의 새 위상을 정립하자는 것은 우리에게 흠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자는 게 절대 아닙니다. 잘못 보고 있으니 우리 스스로를 생각해보고 그런 편견의 원인등을 조사연구해 몰이해를 이해로 돌리는 운동을 벌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회의 중요기능을 조사연구와 홍보쪽에 둘 작정입니다.』
­광주와 전남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을 들겠으며 정치분야는 활동대상에서 굳이 제외하는 참뜻은.
『호남은 예로부터 인심좋고 살기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정치권력권에서 소외돼 왔고 권력에 의한 피해지역화해 저항적인 기질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특히 광주는 정치적 갈등이 심한 고장입니다. 정치적 문제는 정치적 성향을 띤 단체들이 많으니 그쪽에 맡겨두자는 것뿐입니다.』
­백인회의 결성배경을 놓고 민자당 출범과 광주관계법 처리지연등 정치권의 최근 흐름과 관련,이른바 관의 대행업이라는등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발족을 늦춰온 것도 사실입니다. 당파문제가 지난 임시국회에서 매듭지어질 줄 알았는데 안돼 좀 뭐하지만 진정한 애향이라는 순수한 정신이니까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이고 이젠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많아 3월 출범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관과는 절대 무관하다고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행여 오해의 소지가 될까봐 지역감정해소 중앙협의회에서 창립총회때 대표를 보내겠다는 것까지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관의 지원이나 조종을 받는다면 이 회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겠습니까.』
­이런 조직을 범 시ㆍ도적 차원에서 운영하려면 재정문제가 제기된다는 게 상식인데,기본적인 재원은 어디며,항간에 기관ㆍ재벌 지원설등도 나도는데.
『광주 모재벌이 재원이라느니 심지어 안기부가 뒷돈을 댄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어렵고 한심스럽다는 마음입니다. 광주에서 야쪽의 공격을 받으면 어떤 운동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잘 아는데 이상한 재원에 기대려면 이런 조직을 하겠다고 나섰겠습니까.
그동안의 경비는 발기인 몇분의 호주머니를 털어 쓰고 있고 앞으로 회 운영비는 이사들의 회비와 자발적인 출연금으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기관이나 단체와의 협력은 좋은 일이면 사안별로 검토해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조건이 붙은 지원은 관뿐 아니라 민간차원일지라고 절대 사절하겠습니다.』
광주 토박이로 지난 66년부터 전남대에서 강단에 서오다 복학생 환영식등의 이유로 5ㆍ18직후 해직돼 4년여 동안 낭인생활을 하다 84년 8월 복직한 노교수는 『고향에서 대학교수까지 시켜준 은혜에 몸을 던져 내고장 발전에 노력으로 보답하겠다는 생각뿐』이라며,『우리끼리 우리꼴을 못보는 식의 나쁜 유산을 버리고 우리의 좋은 점을 서로 도와 발전시키자』고 말했다.〈광주=임광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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