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골라주는 프로그램 수십억 투자하다 망할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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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기업으로 변신하는 게 이렇게 힘들준 몰랐습니다. 정보기술(IT) 인프라에 투자하다 망할 뻔 했어요."

결혼정보회사 '좋은만남 선우'의 이웅진(41.사진) 대표는 8년 간의 전산 투자 끝에 '하모니 매칭 시스템'을 개발하기까지의 산고(産苦)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시스템은 쉽게 말해 커플 매니저가 하던 매칭(중매) 업무를 컴퓨터가 하게끔 한 것이다. 단순히 남녀 조건을 항목별로 수평 비교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사회경제적 지수(학력.직업)▶신체매력 지수(키.몸매)▶가정환경 지수(부모의 직업.재산) 등을 따져 결혼 성사 확률이 큰 상대를 찾아준다. 15년 간 이 업종을 영위하면서 축적한 자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산화를 시작한 것은 1998년. 구태의연한 짝짓기 방식으론 사업 확장이 더 이상 어려웠다.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 회원들의 항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전산 투자가 불가피했다. 이 회사만 해도 회원 넷 중 셋은 결국 짝을 찾지 못했다. 이상형을 추구하기 일쑤인 고객들에게 '냉엄한 현실'을 과학적 수치로 일깨울 필요가 있었다.

이 대표는 "연 매출 50억~60억원 정도의 업체가 해마다 10억원씩 IT 투자를 하는 게 버거웠다"고 털어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6월 시스템을 시험 가동해 '컨설팅 리포트'를 회원에 제공하자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특정 인기직종 등 이상형을 고집하는 회원들에게 '당신이 만날 수 있는 상대는 이렇다. 눈 높이를 좀 낮추라'는 취지의 컴퓨터 분석자료를 들이대자 실망 이탈 고객이 늘어난 것이다.

돌파구는 딴 곳에서 열렸다. 전산 투자 덕분에 회원 가입비를 종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0만원까지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서비스를 체계화하면서 5만원, 10만원짜리 결혼상품권도 지난달 말부터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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