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정부 토지보상비 급증 3년간 국민세금 38조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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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땅을 사들이기 위해 토지보상비로 지출한 국민 세금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토지보상비는 2003년 8조3461억원에서 2004년 14조583억원, 2005년 15조1426억원 등 노무현 정부 들어 3년간 37조5470억원이 쓰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토지보상비가 증가한 것은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신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개발사업이 발표되면 해당 지역의 땅값이 오르는 바람에 토지보상비가 많이 늘어났다. 또 이렇게 풀린 돈 중 상당액이 다시 토지와 주택 구입에 사용되면서 다른 지역의 땅과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종 국토개발사업이 부동산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의미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토지보상비로 풀린 돈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아파트와 개발 예정지 주변 땅을 사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다"며 "토지보상비가 많이 풀릴수록 집값과 땅값이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풀려나갈 예정인 토지보상비도 작지 않은 규모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10개 혁신도시, 6개 기업도시 등의 토지보상이 예정돼 있다.

◆ 점점 비싸지는 토지보상비=정부와 지자체가 1998년 3500만 평을 사들일 때 들어간 돈은 2조9193억원이었다. 이보다 약간 많은 4008만 평을 사들인 2000년 토지보상비는 6조227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엔 4153만 평의 땅을 사는 데 98년의 5.2배, 2000년의 2.4배인 15조1416억원이 들었다.

땅값이 그만큼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개발사업이 발표되면 곧바로 해당 지역의 땅값이 급등한다. 그러다 보니 김대중 정부 시절 5년간(98~2002년) 1억8764만 평을 수용하면서 24조4729억원이 쓰였는데, 노무현 정부 3년간 1억3616만 평을 사는 데는 37조5470억원이 들어갔다.

◆ 줄줄이 예정된 토지보상=한국토지공사는 행정복합중심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공주 일대의 땅을 사들이기 위해 3조4000억원의 보상비를 책정하고 지난해 12월 보상을 시작했다. 대부분 토지보상비가 올해 쏟아지고 있다.

내년 9월부터는 각종 공공기관이 이전할 예정인 10개 혁신도시 지역에서 토지보상비가 풀린다. 아직 보상 계획이 나오지 않은 6개 기업도시에서도 막대한 토지보상비가 지출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막기 위해 주택공급용 공공택지를 늘리기로 한 계획도 토지보상비 증가의 한 원인이다. 공공택지 확보를 위해 땅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수도권에서 연간 30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내년까지 1500만 평의 공공택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2002년부터 올 6월 말까지 판교.김포.파주 등 7개 신도시 사업 때문에 풀린 토지보상비는 10조2219억원. 이 중 상당 금액이 수도권의 땅과 집을 사는 데 쓰여 수도권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1500만 평의 토지 수용을 위한 보상비가 추가로 풀릴 예정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부연구위원은 "토지보상비에 쓰인 국민 세금 중 일부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토지를 되팔아 회수할 수 있다"며 "그러나 도로 등 공공시설을 만들기 위해 수용하는 땅값이 계속 높아진다면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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