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들의 파격적 생존 행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코노미스트

캐나다의 레이크헤드대가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부시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웹사이트가 운영.

US뉴스 & 월드리포트의 미국 대학 평가는 1983년 시작된 이래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이 때문에 US뉴스가 해마다 매기는 순위에 따라 해당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높은 순위에 오른 대학엔 그동안의 연구와 투자의 결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된다.

반면 성적이 떨어진 대학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지만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올해 평가에선 최근 3년간 하버드대와 공동 1위였던 프린스턴대가 단독으로 정상에 오른 것이 대부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에 못지 않게 공동 9위에 오른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의 선전도 눈길을 끌었다. 명문 사학인 시카고대는 지난해 평가에서 15위에 그쳤다.

당시 순위가 발표되자 동문회가 불끈하고 나섰다. 대학 본부 측에서 재정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순위가 떨어졌다고 여긴 것이다. 본부 측은 동문회의 불만 사항을 받아들이고 재정 상태를 꼼꼼히 점검한 뒤 성의 있게 자료를 US뉴스에 제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시카고대는 올해 평가에선 10위권에 다시 이름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시카고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 대학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최근 들어 더욱 가열되고 있다. 그나마 시카고대의 모습은 점잖은 편에 속한다.

세계 최고의 권력을 지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적 능력을 조롱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대학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주인공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레이크헤드대(Lakehead University).

이 대학은 별도의 홍보 웹사이트(www. yaleshmale. com)를 만들었는데 홈페이지를 열면 부시 대통령의 얼굴이 나타난다. 배경도 부시 대통령이 1968년 예일대를 졸업할 당시의 학번을 상징하는 문양을 썼다. 옆에는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의 졸업생이란 것이 당신이 지적인 사람임을 꼭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문구가 뜬다. 레이크헤드대는 이런 이미지를 담은 포스터를 토론토 도심 곳곳에 붙여 놓기까지 했다.

토론토스타와 내셔널포스트는 “아이비 리그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유능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우수 학생들이 캐나다를 떠나 미국으로 진학하는 것을 막기 위한 광고”라고 평가했다.

이 대학의 홍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분위기다. 향후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는 행사에 10만 캐나다 달러(약 8600만원)를 들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수 학생에게는 고급 경차인 벤츠 스마트를 대여해주고 휴대용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오락기(PSP)를 선물로 줄 방침이다.

그런데 레이크헤드대보다 배포가 더 큰 대학도 있다. 세계 유학시장에서 ‘큰손’으로 인정받는 중국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아예 캠퍼스 하나를 중국 대학 측에 제공하겠다는 대학도 나타났다. 호주에서 여섯 개의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 모나시대(Monash University)는 캠퍼스 하나를 몽땅 중국 대학 측에 줄 계획이다. 대학 본부 측은 이를 중국 정부와 논의해 왔으며 협상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정된 중국 대학의 학생은 호주 캠퍼스에서 공부하게 되고 교직원도 중국 현지에서 파견된다.

대학원 과정이 우선 생기는데 향후 학부까지도 확대되면 수천 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호주 대학의 한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이 대학의 스테파니 파히 국제담당 부총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교육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점점 더 중국 학생을 호주로 유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대학 측에 아예 캠퍼스를 주는 파격적인 발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중앙일보 기자 (bonger@joongang.co.kr)

매거진 기사 더 많이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