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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비리 이젠 끝내야/환자는 폭리의 대상될 수 없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의료나 투약은 사람의 건강이나 생명유지에 직접 관련된 일로 고도의 전문성과 봉사정신을 요한다. 따라서 일반국민은 이를 의료기관이나 약국등 전문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그들 지시에 이의없이 맹종하다시피 한다. 때문에 이들 전문가들이 오히려 그 전문성을 악용하여 환자를 속이고 폭리를 취하는 데 몰두했다는 사실은 전체 국민들의 격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의약품유통 전반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수사 결과를 보면 ▲부적합한 의약품의 유통 ▲수입 의약품 폭리와 약효등 과장 표시 ▲일부 종합병원에서의 의약품 무단제조 ▲의료기관의 약값 부정ㆍ과다청구 ▲의약품 덤핑구매및 제약회사로부터의 기부금 수수 등으로 요약된다. 이미 함량미달등 의약품으로 부적 판정이 내려진 약품이 폐기처분 되지않고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가 하면 수입의약품의 경우는 국내 시판값을 신고값보다 무려 10배이상까지 비싸게 받는 사례가 있고,그 효능도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일부 종합병원의 경우는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약품을 마치 자기들이 제조한 특수처방 약품인양 속여 시중가격보다 몇배씩이나 비싸게 청구하기도 하고,특정 제약회사의 약품을 대량 구매하는 대가로 커미션을 받는가 하면 실제 구매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한 것처럼 장부를 처리하여 그 차액을 챙겨왔다는 것이다.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질병에 걸리면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지게 마련이며 병원이나 약국에 치유를 전적으로 맡긴다.
그런 약점을 이용하여 함량미달 또는 허위ㆍ과장광고 약품을 팔고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환자들의 기대와 신뢰에 대한 분명한 기만이며 배신이다.
지난 88년 전국 2천2백여 의료보험 요양기관의 진료비 청구액중 15.3%인 1천60만건 2백43억원이 과다ㆍ부당청구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횡포와 비리의 정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일부 종합병원의 약품구매 커미션과 매매차익을 비록 어느 개인이 착복하지 않고 선의의 공적 용도에 썼다 할지라도 환자에게 부당한 부담을 지워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술의 정도는 아닌 것이며 떳떳하지 못한 사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 모든 사술을 감독하고 규제할 책무를 국민으로부터 수임받은 보건사회부 당국의 처사다. 일부 의료기관과 약국의 이런 부당행위는 어제 오늘에 시작된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고질적 관행이라는 점에서 보사당국의 무능하고 무사안일에 빠진 행정 자세를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약품 유통상의 부조리나 부적합 약품의 버젓한 유통,약효의 과장ㆍ허위선전,폭리따위는 보사당국의 묵인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떨쳐버리기 어렵다.
의약품을 둘러싼 부조리나 폭리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 병원이나 약국이라 해도 영리를 무시하면서 영업을 할 수는 없다. 다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룬다는 직업적 긍지와 사명감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안에서의 합당한 영리추구여야 할 것이다. 정부당국은 의ㆍ약계의 부조리를 엄중히 감시하고 척결하는 동시에 그들의 합당한 업의 영위가 가능하게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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