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6일 주주총회의 명예회장제도 도입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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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박태준회장 의자는 남겨뒀다/후계자 부각시켜 여론화살 막아/광양제철 분리ㆍ재고누적이 난관
포철 박태준왕국의 지도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박회장이 부회장제를 도입,이 자리에 황경노 고문을 선임하면서 그를 후계자로 육성하려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포철은 6일 주총에서 정관을 개정,명예회장ㆍ부회장ㆍ전무제도를 신설하고 부회장에 황경노고문,전무에 고학봉상무등 4명을 승진시켰다. 포철이 정관에 명예회장제도를 만들어 놓고 박태준회장이 언젠가는 그 자리에 앉아 계속 포철을 지휘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놨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는 지난해 민자당 대표위원으로 차출되면서 겸직에 대한 논란이 일자 『포철이 광양4기 확장공사를 완료,92년까지 조강생산능력 2천만t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관및 기술도입,설비투자,외국과의 제휴업무에 나를 필요로 하고있다』며 겸임의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같은 박회장의 의사는 지난 1월5일 노태우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양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번 주총에서 박회장이 물러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당분간 박회장의 민자당대표 최고위원대행직 수행이 계속될 전망인데다 야당으로부터 겸임시비가 끊이지 않자 이에대한 방패막이로 명예회장이나 부회장제를 도입한 것 같다는 의견.
박회장이 명예회장제만 도입하고 자신이 물러나 앉지 않은 사실을 보면 부회장제를 도입,후계자를 키운다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여론의 예봉을 막으면서 포철지휘봉은 당분간 놓지않겠다는 뜻으로 봐야 할것 같다.
내년 2월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박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 하더라도 현대의 정주영 명예회장의 예에서 보듯 포철의 대부노릇은 계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뜻에서 황경노부회장 선임은 지금으로서는 큰의미가 없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황고문의 부회장선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고준식고문ㆍ안병화 한전사장ㆍ정명식사장ㆍ최주선 미국현지법인사장등 후계자대열에서 한발 앞섰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황부회장은 68년 포철창설요원(부장)으로 포철에 입사,박태준사단의 일원으로 상무까지 승진했다.
그러나 77년 하나뿐인 부사장자리에 고준식씨가 앉으면서 포철을 나와 삼성물산ㆍ삼척산업ㆍ한국자동차보험ㆍ동부산업을 전전하다 84년 포철산하기업인 제철엔지니어링사장으로 복귀,박회장이 지난해 정치권으로 차출된뒤 고문으로 앉으면서 후계자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황부회장은 경리장교(소령예편)출신으로 군시절부터 박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꼼꼼하고 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한편 포철이 너무 거대하다는 이유로 정치권 등에서 광양제철과 분리시키자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으나 포철은 이에 펄쩍 뛰고있다.
포철은 건설비가 t당 4백22달러인데 비해 광양은 8백32달러로 건설단가가 월등히 높아 광양은 분리독립할 경우 국제경쟁력이 약해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포철은 감가상각이 다 끝난데다 외채도 4억달러인데 광양은 9억달러나 돼 단독으로는 3,4기 설비증설을 위한 차관얻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뿐만아니라 양 제철소를 분리할 경우 광양도 제철소관리및 본사기능을 가져야 하므로 인건비만 연간 3백7억원정도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현재 포철은 부채 4조3천8백86억원,자산 4조5천5백54억원으로 총자산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이 50.9%의 초우량기업이다.
지난해 당기순익도 1천4백45억원을 냈다.
그러나 최근의 자동차ㆍ전자등의 경기침체로 재고가 62만t(2천3백억원)이나 쌓여 고전하고 있으며 광양설비 증설자금을 위한 5천억원의 유상증자가 증시침체로 막혀 고민하고 있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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