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R&D 가능성 무한 아시아 허브로 손색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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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의 세계 1위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한국의 바이오.제약 업계를 샅샅이 훑고 있다. 6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바이오 코리아 2006'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죠셉 팩츠코 선임 부회장(사진) 일행 20명이 대거 방한했다. 이들은 한국의 제약 관련 연구개발(R&D) 현장을 면밀하게 분석 중이다. 굵직한 여타 외국 제약사들이 3~5명 정도 파견한 것과 대조된다.

한국을 처음 찾은 팩츠코 부회장은 전세계 의약품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최고의학책임자(CMO, Chief Medical Officer)로 뉴욕 본사의 2인자로 꼽힌다. 일행들의 면면도 마이클 베레로위츠 글로벌 연구개발 그룹 선임 부사장, B.J. 봄만 전략적 제휴 대표 등 대부분 임원급 실력자들이다.

이들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와 잇따라 만나고 8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분주한 발걸음은 한국이 신약개발 파트너로서 적당한 지 따져보는 것이다.

팩츠코 부회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R&D 현장을 찾아 보니 무한한 가능성을 느꼈다.그동안 한국을 너무 몰랐다"고 털어놨다. 본사로 가는 지역별 임상보고서의 100페이지당 오류 확률을 따져봤더니 한국이 2%로, 미국(3.7%)과 세계 평균(4.0%)을 밑돌았다. 한국 임상시험의 품질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대한 화이자의 관심이 근래 부쩍 늘었다. 전세계 환자를 상대로 하는 '다국가 임상'의 국내 유치건수가 2002년 13건에서 올해 56건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임상시험 투자액도 2002년 20여억원에서 올해 190여억원으로 급증했다.

방한 일행은 신약후보 물질 찾기에도 열을 올렸다. 봄만 대표는 6일 서울대 코리아바이오허브센터를 방문해 임상시험 이전 신약개발 단계에서의 협력가능성을 탐색했다. 임상시험 단계를 포함해 현재 150여 가지에 달하는 화이자의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45%는 화이자 외부에서 들여온 것이다.

심재우 기자

◆화이자=지난해 매출 51조원의 세계 최대 제약업체다.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가 매출의 15%인 7조4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R&D에 공격적이다. 리피토(고지혈증 치료제).노바스크(고혈압 치료제).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 등이 대표 제품이다. 최고경영자는 제프리 킨들러 회장.


팩츠코 부회장 인터뷰

"한국은 화이자의 임상시험을 대행하는 나라 가운데 그 유치 건수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곳입니다."

화이자의 죠셉 팩츠코 선임 부회장은 7일 서울 조선호텔에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 등으로 미뤄볼 때 임상 연구개발(R&D)의 아시아 허브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임상시험을 많이 유치할수록 한국의 환자들은 신약에 접근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또 "점점 늘어나는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의 바이오 제약회사나 대학.연구소 등과의 제휴를 늘려가겠다고 "고 덧붙였다.

하지만 팩츠코 부회장은 한국에 기초연구를 위한 R&D 센터를 건립하는 일에는 신중했다. 화이자는 미국과 유럽.일본 등지에 너댓군데 연구소에서 기초연구를 충분히 하고 결과물도 적잖아 새로운 R&D 센터를 건립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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