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모로 「자유의 나라」건설 선언/니카라과 새 대통령 뽑히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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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민들 “민주주의 국가서 살게됐다”/현 대통령 선거본부 초상집 분위기
니카라과 대통령선거는 26일 개표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야당연합(UNO)의 차모로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오르테가 현대통령의 선거본부는 믿기지 않는듯 초상집 분위기에 싸였으며 차모로의 야당연합은 평화적 정권인수를 요구하며 자축했다.
오르테가는 개표 종반에서 선거결과에 승복하는 연설을 통해 『산디니스타는 승리속에 퇴진한다』고 말했다.
○…차모로후보의 전국야당연합(UNO)은 개표결과 승리가 확실시되자 마나과의 한 레스토랑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UNO의 깃발을 흔드는등 비올레타 차모로후보의 대통령당선을 자축해 맥주와 음료수 등이 동나기도 했다.
자축대열에 참가한 한 시민은 『이제 민주주의가 완성된 자유국가에서 살게돼 기쁘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올바른 투표를 할 것이라고 항상 믿어왔다』고 주장했다.
차모로 후보의 선거사무실 앞에는 군중들이 모여들어 차모로를 연호하며 축제분위기에 휩싸였으며 일부 군중들은 길거리에서 산디니스타당의 선거현수막을 불태우기도 했다.
○…26일 오전 승리가 확실시되자 차모로 후보는 대통령당선을 선포하고 니카라과를 「자유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
차모로여사는 자택을 나서 선거운동본부로 향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매우 행복하다』고 말하고 『국민은 변화를 원했다』고 승리 이유를 설명.
○…선거개표 중계방송을 하던 관영 산디노방송이 26일 밤늦게 갑자기 방송을 중단하고 음악을 내보내 한때 긴장.
산디니스타는 이번 선거에서 마나과시의 노동자 주거지역에서도 몹시 고전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 가중됐다.
국제선거감시단을 이끌고 있는 카터 전 미대통령은 『개표초기부터 차모로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14%정도 앞서고 있었다』고 전했다.
콘트라반군의 선거방해행위가 거의 없는 가운데서도 반군의 공격으로 최소한 9개지역의 투표소가 장소를 옮겨 투표를 실시,일부지역의 투표가 예정보다 늦어지기도 했다.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F)의 후보 오르테가 현니카라과 대통령이 낙선하자 산디니스타 본부는 선거결과가 믿기지 않는듯 멍한 표정들이었다.
산디니스타본부에 설치된 대형 TV스크린을 통해 오르테가의 패배가 발표되자 선거관계자들은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리는등 사무실은 초상집같은 분위기였다.
산디니스타본부 밖에서는 새벽이 올때까지 열렬한 산디니스타 추종자들이 깃발을 흔들며 춤을 추고 전투가를 부르는등 선거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젊은이들로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콘트라반군을 토벌하기 위해 산악지역에서 군에 근무한 경력을 갖고있으며 한 청년은 산디니스타 지지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산디니스타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
○…낙선이 발표되자 오르테가는 「계속해 전진하자」는 내용의 즉석연설을 하면서 턱이 떨리고 눈에서는 금세 눈물이 쏟아질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연설을 끝내면서 부인의 손을 잡고 높이 쳐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오르테가대통령은 『이번 득표율은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추세이며 니카라과는 새로운 길위에서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수많은 니카라과인들은 오는 4월25일부터 니카라과를 통치할 새로운 정치 세력에 표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오르테가는 이 연설에서 비록 대통령선거에서는 패배했으나 산디니스타혁명과 10년간의 집권은 니카라과 국민에게는 거대한 발전이었다고 주장했다.
○…반군의 정치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인 산체스는 전화인터뷰를 통해 『니카라과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산디니스타 정권을 축출하는데 성공했다』며 『우리는 차모로와 니카라과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취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마이애미에 망명중인 반군 정치지도자들은 또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15만명에 달하는 니카라과 망명객들이 귀국을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외신 종합>
◎세계 각국반응/차모로 승리 환영… 경제제재 해제 시사 미국/“니카라과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한다”소련
니카라과 선거결과에 대해 미국ㆍ유엔 및 소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쿠바는 미지원 차모로후보의 승리를 비난했다. 미국은 차모로후보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대니카라과 경제제재를 해제할 것임을 시사했다.
각국 반응은 다음과 같다.
▲미국=부시 미대통령은 26일 니카라과 야당 대통령후보인 비올레타 차모로의 승리를 환영하면서 니카라과정부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콘트라반군과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부시대통령은 이날 피츠워터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양측간의 휴전이 즉시 실현,준수되기를 바란다. 이번 니카라과 선거에서 나타난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유권자들의 요구를 고려할때 앞으로 어느 진영에서도 군사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시는 성명에서 또 선거결과에 승복할 의사를 표명한 오르테가에게 사의를 표시하고 앞으로 미국은 평화적 권력이양을 보장하기 위해 그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오르테가에게도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이번 니카라과의 민주주의 승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경제제재가 해제될 것임을 시사했다.
▲소련=외무부 대변인은 26일 선거의 초반결과에서 야당후보인 차모로가 승리를 향해 나가고 있음을 인정하고 소련이 니카라과의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니카라과 국민들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련은 UN감시단의 일원으로 이번 니카라과의 선거를 참관했다.
▲유엔=케야르 유엔사무총장은 이번 선거가 중미 평화를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오르테가대통령의 현정부가 이번 대통령선거를 조기실시한 것과 국민들의 의지에 대한 시험에 굴복한것,그리고 투표함의 판정을 수용한 것등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쿠바=국영 라디오 레벨데는 논평을 통해 미국과 미국에 우호적인 중미국들이 지난 79년 소모사의 우익독재정권을 붕괴시키고 들어선 좌익 산디니스타정권의 혁명을 손상시켰다고 비난했다.
라디오 레벨데와 쿠바국영TV는 미국의 지원아래 비올레타 차모로후보가 이끄는 전국야당연합(UNO)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보도 했으나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나 외무부는 쿠바가 앞으로 차모로와 그의 정권을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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