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선거 「과열」을 경계한다/이동호 재미변호사(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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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구조적으로 완결시키는 장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생소한 정치활동이다. 따라서 올해 그 첫 단계인 자치단체 의회선거가 실시되지만 지방의회 선거는 어떻게 치러져야하며 의원의 활동영역은 어디까지가 되어야 하는지,중앙정치와의 연계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되는지를 가능할 선례가 없는 형편이다.
결국은 우리 실정에 맞게 이 제도가 육성되어야겠지만 당장 참고할만한 우리스스로의 관행이 없는터에 지방자치제가 오랜 뿌리를 내린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는것은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 그런 관점에서 필자는 미국의 지방자치제 운영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은 연방국가이므로 이를 구성하는 50개 주정부는 마치 별개의 독립국가처럼 고유의 법체제와 경찰력ㆍ주방위군ㆍ법원제도등을 갖고 있다.
각주에는 집행기관으로 주지사가 있고 의결기관으로 주상원과 하원이 따로 있다.
대부분의 주정부 밑에는 카운티와 소직할시가 있으며 각 카운티는 타운십 또는 면이나 읍정도 규모의 작은 단위 마을로 구성돼 있다.
모든 자치단체의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며 임기는 집행기관 4년,의결기관 2년이 원칙이다.
모든 자치단체는 조세권ㆍ의결권ㆍ자치권을 갖는 독립정부로서 상하 보완조정관계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는 주민의 중요한 의사결정행위로서 선거열풍이 있고 선거가 치열해질 것 같으나 사실은 대부분의 경우 조용히 치러진다.
그 이유는 첫째,지방자치제가 목표로 하고있는 중앙독재의 방지는 민주주의 토착화로 이미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각 지방자치단체가 자기의 고유성을 주장해야할 의미가 없어졌다. 2백여년전의 독립초기와는 달리 지금의 정치형태는 오히려 중앙집권제를 시대가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인 신문ㆍ라디오ㆍTV의 발전은 전국을 공동생활권으로 했고 도로망의 확대와 빈번한 인구유동은 「고향」이라는 개념자체를 무의미하게까지 하고있으며,급증하는 범죄행위ㆍ공해문제ㆍ교육문제ㆍ빈곤구제ㆍ사회보장제도 어느하나가 조그만 자치단체가 스스로 해결할수 있는 것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입장에서 지방의 작은 대의기구에서 논의되는 것은 주로 국민학교와 중ㆍ고등학교운영에 관한 일,토지구획,주차장설치ㆍ운영의 문제,쓰레기수거문제의 토론 등이 전부다.
또 선거방법도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주지사나 시장선거를 빼고는 텔리비전 대담이나 합동유세는 전혀 없으며,기차정거장이나 상가근처에서 후보자 스스로가 자기의 경력과 공약을 적은 종이를 건네주는 것이 고작이지만 출근하기 바쁜 주민이나 주부들조차 흥미를 갖고 인사 한번 제대로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자치단체나 중앙기관의 공직봉사는 봉급이나 금전적 보수를 생각하는 자리는 절대로 아니다. 오늘의 미국이 있는 것은 크고 작은 이런 봉사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란 인식이 공유되어있고,이점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지방자치제 도입에 한국정계가 흥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봉사」에는 전혀 관심없는 「정치꾼」들이 설치는것 같아 걱정스럽다.
뉴욕주의 반도 안되는 나라에서 3백여명의 국회의원을 놓아두고 또 1특별시ㆍ5직할시ㆍ68시ㆍ1백26군ㆍ58구에서 각 입법위원을 선출하겠다고 하니 모두 몇명의 선량을 또 뽑을 것인가. 그들 모두가 「봉사정신」은 없는 「정치꾼」이라면 몇만명의 선량들의 봉급과 체면치레비는 국민들이 또 세금으로 내야 할 것이 아닌가.
또 선거비용은 최소 몇조원은 될터인데,그 낭비가 얼마인가. 또 한번의 선거인플레와 지역감정유발,타락선거를 꼭 치러야 하는 것인지가 의문이다. 더구나 금년은 지방의회선거,내년은 지방자치단체장선거,그 다음해는 국회의원선거,또 그 다음해인 1993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1994년에는 다시 지방의회선거를 반복하게 되어있다.
우리는 이렇게 매년 선거열풍을 치를 여유가 있는가. 그래야만 꼭 민주주의가 발전되는가. 모두 생각해볼 문제다.
지방자치제를 향토문화발전과 관련시키는 분들도 있는가 본데 그렇다면 좁은 나라를 더욱더 「지방색」으로 분열시키는 측면은 없는것인지,지방색은 정치꾼들만 이익보게 하지 않는지,차라리 무보수ㆍ명예직으로 해서 순수한 의미에서 향토문화발전을 기하는 것이 어떨까.
지방자치제도가 우리국민에게 주는 의미의 심각성은 이해하고 있다. 건국후 지금까지 주민으로서의 주권행사를 제대로 해보지못한 한도 풀어야겠고 군사독재정권에 의한 중앙집권의 횡포와 전횡에 대한 보장책도 마련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오는 사회적 대가도 생각해야된다.
지방의원은 명예직으로 하고,선거비용을 제한해 과열되지 않게하며,대통령선거때 함께치러 4년마다 한번씩 진짜 총선거를 한다면 어떨까.
「선거망국」 소리가 또다시 나오는 것은 어떻게하든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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